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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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p25~29

 거짓말을 하고, 낄낄거리고, 자신을 미화시키고, 얕은 정으로만 악수하고, 미소를 흘리고, 질투하고, 모함하고, 숨어 비난했던 지난 일년의 못된 행위가 가슴을 찌르고, 더더구나 견딜수 없는 고통은 이러한 얕은 반성 역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순의 반성일 뿐 이제 또다시 일어나 거리에 나간다며 여전히 거짓말을 하는 일상의 생활을 그대로 지속해나갈 자신의 분명한 꼬락서니에 대한 심한 모멸감이 엄습해왔다. 아아, 짦은 순간의 반성조차 부질없는 것이라면 나는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중략)

노인들이 초저녁 잠에 빠졌다가 새벽에 깨어나 문풍지를 울리는 바람소리에 지난 과거의 생각을 이것저것 생각하듯 커서 간호사가 되겠다는 딸아이의 생각은 커갈수록 조금씩 변할것이다. 정작 간호가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이 거짓말쟁이요 위선자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게 아닌가. 나 역시 그렇다. 비록 어쩌다 깨어난 한밤중에 자신을 반성하고 반성한 만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에게 모멸감이 느껴졌다고 할지라도 아직 나는 미래의 어린아이일뿐... 나는 좋은 모범을 보았다. 한밤중에 자기 친구 은재에게 감사하는 딸아이에게 신이여, 축복을.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동기유발 페이지 글이다.

매일을 기도하고 일기를 쓰고 좀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며 살아가는 일인으로써 작가와 똑같은 이유들로 밤잠이 그다지 달지않은 며칠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좀체로 개선되어지지 않는 자기반성의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모멸감은 깊어지고 그렇게 밤잠을 쉬이 들지 못하던 어느날 아주 오랫만에 알라딘을 기웃거렸고 이 책을 우연히 미리보기로 읽고 있었다.

우주가 고요해진 한밤에 다소 속시끄런 맘으로 것도 익숙하지 않은 모니터상 몇페이지의 글을 읽다가 너무나 맘에 드는 글을 만난 반가움과 위로는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

이 유명한 작가님도 나와 같은 생각들로 불면의 시간을 보냈었구나 싶은 것이 더이상 크게 외롭지도 자책이 되지도 않았더랬다.

이렇게 훈훈하게 달궈진 맘으로 이 책은 나와 만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까지 시종일관 그 감동은 이어졌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인호 작가의 딸(다혜)에 대한, 그리고 그 딸이 낳은 딸(정원)에 대한 아낌없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로써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한 남자의 딸과손녀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작가의 딸 다혜와 나와는 동갑이다. 비슷한 시대를 성장한 동질감이 그래서 그런지 다혜를 향한 작가의 섬세한 사랑이 대학2년때 돌아가신 아빠와 너무나 비슷해 그립고 먹먹한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다혜는 손녀의 재롱까지 선물한 착한 딸이었는데 나는 여전히 손녀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고 마냥 이기적 굳은 자아와 씨름질이나 하고 있는 못난 딸인데 하는 죄송함에 또 눈물이 쪼르륵...

(나는 결혼과 출산과 양육을 통해 여자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정작 여러 이유들로 나는 여전히 겉만 어른이 되어버렸으니,,,오호... 민망하다ㅠㅠ)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가슴시린 눈물이 가슴에 맺히는건 불혹을 넘어 나이 들어가는 감정의 과잉 일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책에서 말한것 처럼 자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라고 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책을 읽는 중간중간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나의 부모님에 대해, 내가 딸로 살아온 과거와 현재에 대해 참 많이 감사함을 느꼈더랬다. 몇번을 마음이 울컥해 읽던부분 덮어두고 침대해 누워 세상모르고 잠들어 계신 엄마품에 기어들어가 말없이 엄마 냄새도 맡아보고 뺨도 만져보고,,(귀여운 울 엄니는 똥그랗게 이게 뭔일이여? 놀라 깨시고도 틈을 내주신다.^^) 그리운 아빠 몫까지 우리곁에 건강한 호호 할머니로 계신 엄마께 왕창 사랑한다는 마음과 표현을 할 수 있음에 더 없이 충만한 순간 순간들. 이 책의 힘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얻게 되는 마음 따뜻한 우리작가님 최인호! 아빠, 할아버지로 들려주는 가족이야기는 친근하고 꽤나 멋진 가장의 삶을 사셨구나 싶어 존경스러웠다. 인생의 지혜들은 이 책을 읽는 또하나의 즐거움이고 뽀너스! 밑줄긋기로 마무리!

인간의 불행은 완전한 어린아이에서 불완전한 어른으로 뒷걸음질 치는 데에 있다. p227

이처럼 슬프다는 감정 없이도 눈물이 나오고 기쁘다는 감정 없이도 계속 웃음이 나오는 것을 보면 나야말로 이제 롱펠로우의 시처럼 타다 남은 장작개비란 말인가. (중략) 우연히 만났던 한국일보의 장명수 사장에게 그말을 했더니 대뜸 `그것은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연에 가까워 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p208

스위스에서 태어난 프랑스계의 문학가이자 철학자엮던 H.F 아미엘은 병약한 몸으로 고독을 즐기던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는데, 그것은 그가 꿈꾸고 있었던 이상적인 여성과의 결혼생활과 현실적인 가정생활과의 불일치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이상과 현실사이의 거리감은 그를 고립상태로 몰아넣었는데,그에 따른 고독을 위로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그는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 작업이 곧 그의 생애의 대사업으로 발전되어 죽은후 1만7천 페이지에 달하는 (아미엘의 일기)다.

천진.불교에서는 천진을 `불생불멸의 참된 마음`이라 말하고,기독교에서는 `너희가 진실로 어린아이과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하늘의 진리`를 담고 있는 모든 아이에겐 저 하늘에서 부터 지니고 내려온 천상의 빛이 머물러 있는 것이다.

마지 못해 함께 놀아주면 아이들도 마지못해 논다. 아이와 놀때도 혼신의 힘을 다하지않으면 안되는 것을 나는 느낀다. 사랑한다는 것은 혼신의 힘을 다하는 행위임을 나는 정원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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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 - 더 행복한 삶을 만드는 용기에 관한 진실 31
고든 리빙스턴 지음, 노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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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의 근원적인 두려움, 사회와 나라가 조장하는 두려움의 실체들을 직시하려는 용기! 마주보고 허물어 뜨릴 잠재력이 우리들 안에 존재한다는 희망! 음...피하고 있던 그간의 두려움들로 인해 저지른 많은 실수들이 뜨끔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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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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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남주가 주황색 자켓을 입고 나왔던가? 올 봄 트랜드 색쯤 될려나?

잡문집 또한 비비드한 주황색이다. 처음엔 좀 거슬리게 촌스럽다 했는데 자꾸 보니 유행색이 될 만 한지 자꾸 보니 끌린다. 색만큼이나 상큼한 하루키가 이 두꺼운 책 안에 있다.

친절한 하루키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이 최고다.

그의 왠만한 모든 관심사를  면밀히 드러내 보여주셨다. 고맙기도 하시지...

굉장히 인간적인 만남을 가진것 처럼 흐뭇하다고 해야 할까?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쩜 난 늘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소설들도 그러하지만, 왠지 에세이들은 좀 더 단편적이고 구체적이라 머리 나쁘고 성격급한 나란 인간에겐 좀더 전달이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좋아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를 같은 이유로 애정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하루키라는 작가와는 이미 통하고 있는거다. 라고 마구 혼자 생각해 버린다.ㅋㅋㅋ

 

음악이든, 글이든 리듬이 중요하다고 말하시는 이분!

결말이야 어떻든 되겠지 라는 마인드! 로 그저 리듬을 타듯 키보드들 두드리는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왠지 피아니스트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진다. 실제로 피아노도 연주한다고 한다.

즉흥연주 하듯 흐름을 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즐기면서 몰입되어 있단 것이고, 어쩜 그것에서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나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가에게 낙관적인 정신이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하는 이 부분이 너무나도 좋다.

어디 작가의 자질 뿐이랴...한 사람의 낙천성은 축복이다. 또한 그 긍정을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은 복덩어리다. 나에게 하루키는 축복덩어리 그 자체다. (손발이 오그라 들지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키라는 작가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가 그의 유머와 건강한 자기 관리, 인간관계(?) 아닐까! 라고 또 막 혼자 생각한다.

그 중 제일 익숙한 안자이 미즈마루 씨와의 인간관계! 너무 재밌기도 하고 둘다 어쩜... 그리도 잘 통할까? 하루키의 에세이와 미즈마루의 그림은 정말이지 찰떡 궁합이다. 작업의 파트너로써 아주 훌륭한 관계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와의 사적인 관계를 살짝 살짝 엿보게 되는 맛도 이 책의 묘미중 하나다.

 

작가 하루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친절한 책이다. 아무 페이지나 눈길 꽃히는 곳 부터 읽어도 무관한 잡다한(?) 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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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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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산문집이지만 밑줄긋기의 최고봉이 되어주시다. 밑줄그은 만큼 신나게 살아갈수 있을거 같고, 지금껏 살아온 삶또한 위로받을 수 있었던 긍정의 책! 재주많은 김중혁 작가,, 늘 발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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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7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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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음흉하게 웃어줘야 제맛이다)... 역쉬 좋아, 맛나고, 따땃하고 적당히 야하고~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나오는 심야식당~ 멈추지 말고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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