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198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전혜린의 삶을 동경하긴 하지만, 그녀처럼 지독하게 타오르고 방황하고 고민하며 살아가기는 원하지 않는 나의 모순됨을 고백하게 된다. 전혜린은 참된 지식인이었는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고교시절에는 막연히 그녀의 고민과 갈등과 사랑이 너무나도 열정이 넘쳤고도 인간적이었기에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다 나이 서른이 넘어 그녀를 되새겨 본다.

그녀의 삶은 그리 당당하지는 못했다. 알고있는 지식과 방황하는 고민 만큼이나 그녀는 살아있는 적극성과 중용이라는 정신적 지혜로움을 지니지 못했다. 그러기에 아직도 그녀의 죽음이 아쉽기만 한것이다. 그다지도 멋진 사고방식으로 지식인의 진실을 고민했던 그녀에게 왜 삶에 당당한 자유로운 도전은 없었던 것인지.... 참으로 알고 고민했다면 그녀의 삶이 그리 허무하게 마무리 되어지지는 않았을 텐데..말이다.

나에게 힘든 고통이 찾아올때, 답답함이 모순됨이 밀려 올때 나는 이책을 끄집어 내는 습관이 있다. 어쩐지 이 책에서는 대단한 지성인이 나의 고통과 고민을 대신 감내해 주는 대리 만족의 심리일까? 고통조차도 살아있는 인간이기에 더더욱 느껴지는 존재의 귀중함이리라. 살아있다는것을 끊임없이 확인하기 위해 나도 그렇고 전혜린 그녀도 고통을 원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그녀의 독일 유학생활의 어려움과, 부부로써의 갈등됨, 엄마가 되는 과정과 엄마되어 교수된 생활까지 일기로 고백되어진다. 어떤 보여지기 위한 글들이 아니기에 더더욱 진실되고 느낌이 생생하다. 덩달아 가슴이 아프고, 지적욕구가 생기고 우울함이 생기게 한다. 참되게 알아간다는거, 참된 지식인이로 이땅에서 역할을 한다는것을 생각하고 다듬게 하는 책이다. 또한 진정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언지 전혜린 그녀의 삶을 통해 얻게 되는 그 무엇들이다.

그녀의 삶이 조그만 더 현명하고 포기하는 지혜로움을 터득했었더라면 아쉬움이 내나이 서른이 넘어보니 알아가게 되었다. 나는 전혜린을 사랑하고 그녀의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았으므로 그녀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여전히 안타깝고 분하기 까지 한것이다. 그녀의 정신은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 너무 빨리 알았고 비관적이었다. 차라리 덜 발달된 감성과 지성을 지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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