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시절 내내 하루키에 미쳐 살았다. 한창 그랬듯이 상실의 시대를 읽고 그 대학생으로서의 허무함에 대해 여유로운 사치를 부렸었다. 꽤 시간이 흘러 사회인으로서 나에게 허무함이란 것이 얼마나 사치성 강한 인간의 유희였는지,, 서서히 나는 각박해진 일상인 현대인으로 자리 잡아가며 그 대학시절 하루키를 그리워하며 이 책을 우연히 만났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집을 좋아하고 그로인해 나는 그의 가볍지만 소신있는 삶을 철학을 은근히 동경하게 되었다. 이 책을 어떤 한가로운 봄볕 따뜻한 날 베란다에서 길게 자리잡고 누워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여유있는 하루키의 일상에 가끔 질투가 나기도 했던것 같다. 그래서 나만의 대안법으로 최대한의 여유를 즐겨가며 이 책을 끝날때까지 아껴가며 읽었었던것이다.
따뜻한 차 한잔과도 잘 어울리고, 느른한 햇살에 썬글라스 끼고 읽어도 그만이고, 응가를 하면서 힘주는 화장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책이 하루키의 일상의 여백이다. 적어도 하루키는 일상의 단순함과 가벼움의 미학을 진작에 깨닫고 자신만의 소중한 행복만들기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우친 철학자이다. 그는 과연 머리통 터지게 하는 현실의 고통이 있을까? 문득 이런 질문이 던져지고 싶어진다.

하루키는 우리 잊고 지나가는 작고 사소한 일상에 관심을 가지는 방법으로 우리와는 다른 여유로운 삶을 창조해가는 사람이다. 교활하다고 싫어하는 동물인 고양이에 대한 그의 애정어린 글솜씨 탓인지.. 왠지 고양이를 측은하게라도 바라봐주어야 할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마라톤을 꼭 내 생활로 변환시켜 건강을 지켜야 할것 같은 그의 마라톤 예찬이며.... 그의 행복을, 그의 단순한 삶의 질을 고스란히 흉내 내고 싶어진다. 이젠 따뜻한 햇살에 눈꺼풀 무거워지는 봄기운이 생동하고 있다. 자신만의 여유로운 행복을 꾸미고 싶은사람들.. 이 작은 책 한손에 들고 공기좋은 베란다고, 공원으로, 화장실로, 방안에 빼깔고 누워서... 어디에서든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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