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9시 30분으로 그리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일어나 졸음을 이기고 기숙사를 나섰다. 오후 두 시부터 근무 시작인 이번 주는 오전 아니면 도서관에 들를 방법이 없다. 날이 생각보다 춥지 않아 가뿐한 마음으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두 주 전에 빌린 네 권 중 결국 두 권밖에 읽지 못했다. <은하영웅전설> 7권, <반지의 제왕> 1권. <필경사 바틀비>와, 소설 말고 다른 분야를 읽어 보고자 들였던 <예술수업>은 채사장의 신간 <열한 계단>에 밀려 침대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오늘은 딱 세 권만 빌릴 예정이었다. <은하영웅전설> 8권, <반지의 제왕> 2권, 저번에 계약한 <글쓰기의 최전선>. 그러나 <반지의 제왕>은 누군가가 2~4권을 모두 빌려 간 상태였다. 1권까지 예약해둔 걸 보니 이 주 동안 <반지의 제왕>을 초토화시킬 작정이었나 보다.
달랑 그것만 가져오기는 뭔가 아쉬워서 - 사실 두 권 읽기도 벅차다는 걸 잘 알지만 - 다른 책을 찾아 주변 서가를 둘러봤다. 은영전 주변 일본 소설이 눈에 띄었다. 미야베 미유키, 미치오 슈스케,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등, 많이 읽어 보지는 못해서 좋아한다고는 못하지만 선호하는 작가들의 책이 많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모리 히로시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들었다. 대학시절 작가의 팬인 친구에게 뻔질나게 추천받은 책이다. <열한 계단>을 읽는 동안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책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기에 이 책을 번에 들었다.
앞서 글쓰기에 대한 책을 빌려 쓰니 반대급부로 읽기에 대한 책을 찾았다. 책은 이전에 찜! 해둔 <이젠, 함께 읽기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던 <서평 글쓰기 특강>의 저자이자 내 서평 선생님이 될 뻔했던 김민영 작가가 공정한 책이다. 이번에 숭례문학당 김민영 작가의 온라인 서평 수업을 듣는 기념으로 빌렸다. 혼자 책들이 읽는 데 익숙하기에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독서 토론이 매우 궁금했다.
책과 독서의 관한 책이 꽂힌 서가에는 맘에 드는 책들이 매우 많았다. 고르고 골라 마지막 한 권으로 가장 얇은 <책이 좀 많습니다>를 골랐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은 윤성근 씨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정리한 책이다. 유명인이나 똑똑한 학자의 서가가 아닌 다소 일반인의 서재를 조명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걸로 의도치 않게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충동적으로 대출 한도인 다섯 권을 꽉 채웠다. 한 주에 한 권도 읽기 힘든 나로서는… 이 책들이 기숙사와 도서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나를 힘들게 할 짐이 되는 느낌이다. 크헝헝.
그러고보니 어느새 올해의 마지막 도서관 방문이 되었다. 독서기록을 보니, 올해 도대체 뭘 한 건가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