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말하는 콘텐츠의 미래
제이슨 머코스키 지음, 김유미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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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제이슨 머코스키


  세상은 점차 디지털로 바뀌어간다. 음악은 LP에서 CD로, 다시 mp3로 탈바꿈하였다. 영화는 큼지막한 필름통에 들어 있다가 비디오로, 그리고 수많은 확장자를 가진 무형의 파일로 바뀌었다.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은 점차 데이터화돼간다. 데이터가 진짜 ‘작품’을 대체하지 못한다며 옛것을 찾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이미 그 흐름은 단지 몇 메가- 또 기가로 바뀐지 오래다.


  많은 부정이 뒤따르지만 책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내놓은 전자책리더 킨들은 미국의 독서 습관을 서서히 바꾸었다. 수많은 책들이 디지털로 변환되었고, 전자책으로 먼저 소개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말그대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불티나게 팔렸다. 이미 많은 소설류가 활발하게 킨들로 읽히고 있다.


  킨들 개발팀에 있었던 저자는 책이 디지털로 완전히 변하리라 확고히 믿는다. 100년 후면 전자책이 아닌 그냥 ‘책’이라 불릴 것이라 말한다. 킨들의 개발자이고 수많은 전자책을 다룬 개발자이기에 아무래도 우리 범인들보다는 디지털 컨텐츠의 미래를 더욱 자세히 전망한다.


  하지만 전자책을 보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것만큼 편하지는 않다. 전자책리더기가 아이패드가 됐든 킨들이 됐든 텍스트가 주는 느낌이 영 다르기 때문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들은 글은 모두 같은 내용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기에 뭐가 그리 다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한번 리더기로 책을 들여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책이란 텍스트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표지, 글자체, 종이질, 줄간격, 여백, 디자인이 모두 합쳐져야 책이란 하나의 ‘상품’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문장을 읽는 것은 전자책이나 종이책 사이의 인지적 차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손으로 종이를 만지며 느껴지는 감촉과 책 자체가 주는 무게감은 심리적 안정감, 익숙함을 떠나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을 다르게 만든다.


  아직 종이의 해상도를 넘은 전자책리더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태블릿류 제외) 사진첩이나 미술책은 일반 책보다 네 배 정도의 해상도를 가진다. 패널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실제 책의 밝기를 따라오지도 못한다. 종이의 사각거리는 소리, 약간 오래된 종이 냄새도 구현하지 못한다. 영원히 새것인 것 마냥 플라스틱내를 풍길 뿐이다.


  분명 종이책은 아직 전자책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의 상황이다. 과연 100년 후에 종이책이 남아 있을까? 지금처럼 마구 소비되는 상품일까? 지금이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기술의 발달은 어떻게든 우리의 독서를 변화시킬 것이다. 1900년과 2000년의 간극을 생각하면 2100년은 정말 까마득히 오랜 후다.


  현재로써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우월한 것은 휴대성밖에 없다. 단 삼백 권의 책을 보관하려 해도 큰 책장 하나가 필요하지만 데이터로 변환된 전자책은 용량만 차지할 뿐 실질적인 부피는 전자책리더기만 하다. 물론 무게도 딱 기계만큼이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을 가도 수많은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종이책의 최대 단점인 보관의 불편함을 한번에 날려버린다.


  위에서 언급한 전자책의 단점은 미래의 기술 발달로 점차 사라질 것이다. 패널이 종이의 해상도를 넘은지는 오래고 매끈한 겉모습은 표지의 질감을 갖게될 것이다. 종이책을 넘기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조차 구시대적 기술의 산물이지만!)이 구현되리라. 종이의 냄새가 좋다는 이들에게는 심지어 그 냄새까지 재현할지도 모른다. 이런 기술의 발달에 초기 킨들 개발 시 한 페이지에 몇 개로 할 것인지 등의 고민한 ‘감성’까지 더해진다면 독서의 방향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아직까지 전자책은 종이책의 대체제가 아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사람들은 전자책이 종이의 느낌을 100% 재현하지 못하기에 꺼려한다. 동시에 종이가 주는 익숙함 때문에 액정에 표시된 단순한 글자의 나열을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들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16세기의 부유한 독자들은 인쇄물이 필경사들이 손으로 직접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적인 감성이 부족하고 기계적이라고 멸시했다고 한다. 물론 글자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 뇌는 자주 멈춰야 했고 이는 독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 손으로 남긴 글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가?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취향의 이동은 과거를 답습할 것이다.


  역사가 이토록 디지털화를 증명하지만 전자책의 주류화는 멀고도 멀어 보인다. 전자책리더기의 하드웨어적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하이퍼링크로 모두 연결된 단 한 권의 책, 단순히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여러 감각을 아우르는 리딩2.0 등의 컨텐츠적 발전도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사실 기어다니기는 커녕 몸을 뒤집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무엇을 사랑해도 무방하다.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라는 고민은 디지털의 장점이 인쇄의 장점을 압도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을 때 해도 무방하다. 사실 ‘무엇으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이 중요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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