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줄리아나 1997

부제부터 불안했다.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란다. 띠지는 더욱 놀랄 노자다. '좀 놀아본 다섯 언니들의 온몸 뜨거워지는 고백'이란다. 작가 이름은 필명이다. '용감한자매'... 소설은 필명만큼 용감했다. 필명 뒤에 숨어 쓸 만큼 솔직했고, 낯뜨거웠다.

제목에 있는 낯선 단어인 '줄리아나'는 20년 전 유명한 클럽이다. 명품으로 치장하고 클럽죽순이였던 줄리아나 오자매가 주인공이다. 다섯 명은 모두 이대생이지만 인물은 성격이 모두 제각각이다. 순진한 국문학도 은영, 외모에다 두뇌까지 완벽한 법대생 정아, 비서학과라는 간판에 걸맞게 섹시한 진희, 얌전했던 영문학도 세화, 마지막으로 소설의 화자인 국문학도 지연까지...

이게 과거의 이야기 축이라면, 20년 후 40대가 된 그녀들이 현재를 이끌어간다. 소설가가 된 지연은 과거에 클럽에서 놀던 이야기를 <줄리아나 1997>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출간하였다. 첫 책이자 마지막 책이 된 <줄리아나>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고 폐지 쫑파팅에서 유명 남성 패션 잡지의 편집장인 수현을 만난다. 아무리 과거에 엄청나게 잘나가던 그녀였지만 현재는 40대의 주부일 뿐이다. 아내와 엄마로서 열심히 살았지만 삶의 무미건조함을 느꼈던 지연은 새로운 만남을 가지며 두근대는 시간을 가진다.

지연 외의 다른 인물들도 삶이 난항하긴 마찬가지다. 화려한 과거와는 반대로 구차한(?) 삶을 지내는 그녀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삶의 활력을 찾는다. <줄리아나>에서 불륜과 바람은 기본이고,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솔직하다 못해 노골적인 성적묘사는 살짝 눈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이전에 한참 유행하였던 <그레이의~> 시리즈가 강하게 떠오르는 책이기도 하다. 40대라는 시간을 지나서 점점 여자로서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 과거를 떠오르게 해주고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지만, 단지 그뿐이라는 것이 매우 아쉽다. 썸의 시대, 이혼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가벼워진 시대에 불륜과 썽을 가벼이 다루는 게 요즘의 트렌드라 할지라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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