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라서 그런가, 7월에는 소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래, 푹푹 찌는 밖에 돌아다니는 것보다 선풍기 바람 쐬면서 시원-하게 소설이나 읽는 게 낫지!
절대 내가 못 놀러가서 샘내는 게 아니다.
흥, 흥!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열린책들


근래 베스트셀러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요나스 요나손의 새 작품이다. <100세 노인>가 그저 웃기고 재밌는 소설로만 인식되는 게 꽤나 아쉬운데... 이번 소설은 과연 어떤 독법으로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빈민촌에서 시작된다.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나르며 생계를 이어 가야 했던 소녀 놈베코. 빈민촌의 여느 주민들처럼 그녀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숫자에 대해서만큼은 천재성을 타고났다.

숫자뿐만 아니라 세상 이치에도 밝았던 놈베코는, 호색한이지만 문학애호가인 옆집 아저씨에게서 글을 배운다. 또 매일같이 라디오를 들으며 '똑똑하게' 말하는 방법도 터득한다. 아주 우연히 다이아몬드 28개를 손에 넣게 된 놈베코는 용기를 내 평생 갇혀 살던 빈민촌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낡은 재킷 안감에 바느질해 넣은 다이아몬드와 함께였다.

복잡한 사정 끝에 핵폭탄을 개발하는 비밀 연구소 '펠린다바'에 갇힌 놈베코는 명목으로는 청소부이나, 실상은 수학적 재능을 발휘해 핵폭탄 개발에 관여하게 된다. 연구소장인 엔지니어는 수학이라고는 하나도 모르지만, 오로지 아버지의 권력과 부유함으로 남아공 최고 핵 전문가가 됐다. 어느 날, 엔지니어의 실수로 핵폭탄이 주문량을 초과해 생산되는데…





내 누나, 마스마 미리, 이봄

잠깐 저기까지만,, 마스마 미리, 이봄


근래 마스다 미리의 작품이 국내에 엄청나게 많이 소개됐다. 마스다 미리 철인가... 한때 지그문트 바우만이 한참 소개된 것처럼 붐인가...


그동안 마스다 미리는 여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왔다. 여자들의 고민과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함으로써 삶을 마냥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통찰하게 했다. 하지만 여자들의 일상이 언제나 일과 고민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삶에도 틈새가 있다. 그렇다면 여자들 일상의 틈새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 틈새를 바라보는 사람은 누가 좋을까? 

여자가 마음놓고 자신의 틈을 노출해도 될 것 같은 사람. 가족이다. 조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 그 틈새를 최대한 꾸밈없이 기술해줄 수 있는 사람. 가족 중 다른 성별을 가졌으며 애정도가 아버지보다 높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남동생이다. 남매는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웃음과 함께 공감하게 된다. 유머는 틈새만이 갖고 있는 강력한 매력이다. 남동생은 아버지보다 ‘여자형제’에 대한 애정도가 높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이다. 그래서 누나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이 만화책은 마스다 미리도 이렇게 웃길 수 있었단 말인가? 하고 깔깔거리며 웃게 하다가도, 역시 ‘마스다 미리답다’하는 시선과 만나게 된다. 적어도 남동생은, 그러니까 이 삶에서 ‘신입’인 남자는, ‘경력자 누나’인 여자를 통해 삶에 대해 무언가 알게 된다.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 에우제니오 스칼파리, 바다출판사


새책 목록을 보니 몇 주에 이어 교황에 관련한 책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이것도 붐인가; 탈권위주의에 이어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교황이어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다.


<라 레푸블리카>의 창립자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도발적인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 책은 교황의 편지로 인해 벌어진 이 모든 논쟁을 담은 책이다. 1부에는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질문과 교황의 답장, 두 사람의 대화가 담겨 있고, 2부에는 <라 레푸블리카> 지면 위에서 펼쳐진 세계 지성인들의 토론이 실려 있다.

<라 레푸블리카>에서는 두 사람의 논의를 더 이어 나가기 위해 지성인들의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 토론에는 세계적인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파문당한 매튜 폭스, 종교사상 사학자 아드리아노 프로스페리 등이 참여했다. 그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조를 지키기 위해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교회가 당면한 쟁점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들을 풀어 가야 하는지,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어야 하는지, 종교인과 비종교인,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논리를 펼쳤다.





닥터 슬립 1,2, 스티븐 킹, 황금가지


스티븐 킹의 신작이다. 그냥 신작이 아니다. 무려 <샤이닝>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나 사실 <샤이닝>에서 아들인 대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 크게 연관은 없다고 본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잭 니콜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으로서, 36년 만에 출간된 속편이다.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고, 브람 스토커 상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다.

<샤이닝>에서 살아남은 소년 대니가 중년이 된 후를 그리는 <닥터 슬립>은 기존의 '공포'에서 탈피하여 초능력을 가진 소녀와 그녀를 죽여 영생의 기운을 받으려는 괴집단과의 쫓고 쫓기는 스릴을 담는 한편, 알코올 중독자로 인생의 끝에 섰던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준다.

<시녀 이야기>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닥터 슬립>에 대해 "스티븐 킹의 여러 걸작에서 드러난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극찬하면서, 이 작품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는 너대니얼 호손과 에드거 앨런 포에서부터 이어진 미국 호러 문학의 본질이라고 평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 07 - 무한의 경계 / 08 - 전장의 형제들,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씨앗을뿌리는사람


보르코시건 시리즈가 드디어... 드디어 1부가 끝났다 ㅠㅠ 출판사가 망하는 바람에 몇 권 안 나오던 보르코시건 시리즈...출판사 갈아타고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참 다행이다. 아직 8권의 책이 남아서... 끝까지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제2의 로버트 하인라인으로 불리는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비평가, 언론, 독자에게 SF 시리즈물 중 최고의 대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장르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 네뷸러상을 수상했고, 로커스상, 미서포익상, 사파이어상 등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미국 외에도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등 21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6년 출간을 시작하여 2012년에 마무리된 이 시리즈는 총 16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일즈의 인생 시기를 기준으로 크게 2부로 나누어진다. 1부는 주인공 마일즈의 탄생 이전부터 25세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Young Miles' 시기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귀족 집안의 주인공이 엉겁결에 용병대 제독이 되어 공을 세우면서 꿈에 그리던 군인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한의 경계>와 <전장의 형제들>은 1부의 마지막 두 권으로, 앞의 여섯 권에서 펼쳐지는 마일즈의 파란만장한 여정에 이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리더로서의 능력을 갖춰나가고 관계 속에서의 갈등으로 인해 내적 성숙을 이루는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담아냄으로써 마일즈의 1차 성장기가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유괴, 다카기 아키미쓰, 엘릭시르


엘릭시르 미스터리 시리즈인데, 사실 이 시리즈는 표지가 구려서(-_-) 별로 관심은 없었던 시리즈이다. 헌데 알라딘 서재에 자주 오르내리는 거 보니 재밌긴 재밌나보다. 이참에 <유괴>로 입문해볼까... 생각만 해본다. 기대도서를 다 샀다가는 돈은 둘째 치고 집에 책이 넘쳐날 것 같다.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다카기 아키미쓰의 법정 추리극. 1960년 실제 일어난 유괴 사건을 집요할 정도로 취재해 그린 법정 미스터리에 본격 미스터리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한 범죄 소설이다. 당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사건을 중립적인 시선으로 다뤄 사회파적인 색채는 물론, 논픽션 소설의 리얼리티, 본격 미스터리의 반전까지, 작가 다카기 아키미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아동 유괴 살인 사건 공판이 한창인 법정 방청석 한구석, 한 남자가 피고인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범인을 비웃으며 냉소적으로 재판의 추이를 살피는 그는 한편으로 자신이 곧 저지를 범죄 계획을 가다듬기 바쁘다. 이윽고 이 사건과 놀랄 정도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고, 예측할 수 없는 범인의 치밀함에 수사진들은 혀를 내두른다.

자신이 꾸미고 있는 범죄와 비슷한 사건의 재판을 방청하고 범인이 사건에서 저지른 실책을 교훈 삼아 가장 완벽에 가까운 범죄를 구상한다는 파격적이고 독특한 이야기이다.




구형의 황야  - 상, 하,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북스피어에게 참 고마운 건 마쓰모토 세이초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꾸준히 내준다는 점이다. 뭐, 그덕에 인기도 많아지고 돈도 많이 버니 독자와 출판사에 일석이조??? 그나저나 세이초 할아버지의 책이 다 출간되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겠지?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의 미스터리 소설로, 한 차례 영화화, 그리고 무려 여덟 차례나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일본의 패배를 바랐던 남자의 이야기이다. 

일본의 오래된 사찰을 둘러보는 취미가 있는 세쓰코는 돌아가신 외삼촌이 좋아했던 사찰, 나라의 도쇼다이지를 구경하러 간다. 외교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중립국에서 일했던 외삼촌 노가미 겐이치로는 현지에서 과로로 죽었다. 사찰을 둘러보며 외삼촌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던 세쓰코는 사찰의 방명록에서 외삼촌과 똑같은 글씨체의 서명을 발견한다. 

죽은 이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일까? 마치 망령에 홀린 것처럼, 세쓰코는 예전에 삼촌이 좋아했던 다른 절들도 뒤져본다. 그곳의 방명록에도 삼촌의 특이한 글씨체와 똑같은 서명이 발견된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노가미 겐이치로의 유족들, 아내 다카코와 딸 구미코는 대수롭지 않은 우연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세쓰코와 그녀의 남편 료이치, 그리고 구미코의 연인 소에다는 유족들의 주변을 떠도는 노가미 겐이치로의 존재를 느낀다. 문득 노가미가 죽었을 당시의 상황이 궁금해진 소에다는 당시 노가미와 함께 중립국에 파견되어 있었던 동료들을 수소문한다. 그러던 중 행방이 알 수 없었던 육군 무관이 어느 날, 연고도 없는 외딴 곳에서 교살당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상황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플로팅 시티, 수디르 벤카테시, 어크로스


로쟈님이시던가, 장하준의 신작과 함께 소개해주신 책이다. 잘은 모른다.


<괴짜 사회학>으로 세계가 주목한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의 신작. 시카고 빈민가에 뛰어들어 10년간 갱단과 생활하며 연구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뉴욕의 지하경제 종사자들과 함께하며 기존의 사회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목격한다. 

과거에는 계층과 지역의 경계 안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자리를 떠나 경계를 뛰어넘으며 전에 없던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부유하고(float) 있었다. 저자는 뉴욕에서 새롭게 맞닥뜨린 변화의 비밀을 풀 열쇠를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지하경제에서 찾는다. 그리고 복잡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골목길과 빌딩 숲을 부유하며 이민자와 매춘부, 사교계 명사와 거리의 마약상들에게서 이야기를 채집한다.

저자의 연구회고록 방식으로 기술된 이 책에서 우리는 삶의 비루함과 숭고함이 공존하는 현장을, 변화에 맞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몸부림을, 부글부글 뒤끓고 있는 자본의 수도 뉴욕의 지하 세계의 현장과 그 미래의 편린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익명소설, 익명소설 작가모임, 은행나무


이름은 그 사람을 항상 같은 이미지로 판박아버린다. 그건 때때로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그 독을 피하기 위해 조앤 롤링도 필명으로 쿠쿠스 콜링을 썼을 것이다. 익명으로 글을 씀으로써 기존에 쓰지 못했던 스타일의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소설집이다. 오늘날 우리 문학의 최전방에서 맹활약 중인 젊은 작가들의 창작자로서의 고민과 열정, 패기를 엿볼 수 있기에 더욱더 출간의 의미가 크다. <익명소설>은 문학적 실험을 만류하는 문단과 출판계의 분위기 속에서 쓰고 싶은 글을 못 쓰고 있다는 작가들의 토로에서 시작되었다. 

이를테면 정형화된 문장에 대한 강요, 장르적 요소에 대한 거부, 정치적 풍자를 걷어내라는 압박, 개연성에 입각한 사실주의에 대한 강박, 에로티시즘을 저급하게 취급하는 가부장적인 분위기 등 이른바 '점잖은 문학'을 요구하는 출판계와 독자의 제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욕구의 산물인 셈이다.

여느 소설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가의 얼굴 사진과 출신 학교, 등단 매체, 문학상 수상 이력 등이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다. 대신 '익명소설 작가모임'이라는 큰 이름하에 M, V, H, W, S, R, A, Q, L, Z 등 영문 이니셜이 작가의 존재를 알리고 있을 뿐이다. 모두 10명의 작가가 본명을 지우고 익명을 택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비밀에 붙인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다. 나이, 출신 학교, 등단 매체, 발표작, 심지어 성별까지, 작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새 옷의 태그를 떼어내듯 숨겨버렸다. 기획자들이 비밀리에 접선했기 때문에 누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 참여 작가끼리도 서로 모른다. 그 결과,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 도발적인 내용 때문에 망설여져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하지만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장이 마련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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