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당시.


날씨가 쌀쌀해지고 배가 출출해질 때 쯤, 모든 얘기가 끝났고 교문을 나섰다. 이제― 정말 축하하거나 불행한 일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학교. 6년 동안 나를 웃게도 울게도 흥분하게도 우울하게도 기쁘게도 슬프게도 편안하게도 불편하게도, 했던 이 곳을 나왔다. 대학생활을 썩 잘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학점은 낮지, 과와 별 관련 없는 회사에 취직했지, 대학생활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지, 영어공부도 제대로 안했지, 친구들도 고루 사귀지 못 했지, 많은 지식을 얻으려 노력하지도 않았지, 결점과 후회투성이인 내 6년 세월이지만 그동안 얻은 것도 분명 많다. 피와 살을 나눌 정도는 아니지만 아마― 내 인생 절반은 보게 될 친구들과 음악이라는 새로운 스트레스 해방구, 많은 관계,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탐구했던 책들, 퀘퀘한 공기를 마시며 드러누웠던 도서관, 찬 공기와 따뜻한 커피를 마시던 밤, 단내나는 책장 가운데서 저녁밥을 잊어가며 읽던 책들, 거기서 얻었던 잉크 투성이 생각들. 지금 보면 너무나 유치하고 우습던 내 옛날 모습이, 지금 보면 말이다, 내 미숙함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싱그럽고 풋풋한 젊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비록 그 에너지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지만, 그래도 나는 이 선 자리에서 옛을 떠올리며 살짝, 웃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하나 이상의 사건이 기억난다는 것은, 이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무의식에 압지로 각인된 당신 모두에게, 축하한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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