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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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

  안철수와 더불어 20대의 새로운 멘토로 급부상한 박경철의 책입니다.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 주식 관련 글을 몇 편 쓰시길래 그쪽으로나 좀 명석하신 줄 알았는데 엄청난 독서광이시기도 하더군요. 이 책은 <자기혁명>이라는 자기계발서 비스무리한 제목을 달았지만 다른 책들과 확연히 다르더군요.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책도 그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86쪽)



  책을 읽다 보면 점점 내용에 고취되면서 박경철이란 사람에 존경심 비스무리한 것까지 품게 되더군요. 단순히 경제학을 공부한 의사 수준에서 벗어나 그 많은 독서경력이라니. 수많은 철학 인문학적 사유를 펼치고 장황하게 말을 건냅니다. 강연과 대담에서 했던 말들을 모아서 편집한 책이라 내용이 약간 이리저리 튀어다니긴 하지만, 방대한 지식과 뛰어난 통찰에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문장들을 쌓다보면 단 한 문장으로도 수많은 생각과 의문을 품습니다. 일기도 1천 자를 겨우 쓰는 저에게 '가치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저 질문은 무려 3천 자가 넘는 잡문을 만들게 합니다. 아무리 앞뒤 논리가 하나도 맞지 않더라도, 모두 어디서 들어본 문장 같더라도 말예요.

  "당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193쪽)


  이런 간단한 문장에도 가슴 깊숙히 아려오는 패배감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난 그동안 저리도 어려운 질문을 너무 쉽게 넘긴 것은 아닌가, 인생을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고는 남들과 다르다는 헛된 생각에 너무 자만한 건 아닌가, 깊은 후회가 들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우리 20대, 그러기에 자만심과 자신감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게 정말 중요한 이 시기의 사람들에게, 박경철은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주진 않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후회하고 실패했던 것을 말하면서 저에게 너무나 큰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래요, 질문이요. 답이나 교훈이 아닌, 죽을 때까지 고심해야 할 질문. 그래서 참 뜻깊었던 책입니다.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은 공익재단을 만들고 사회사업을 하고 문화사업을 지원하며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여가 없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이유는 그것이 sympathy이기 때문이다. 모 방송사의 사장과 아나운서, PD와 기자가 달동네에서 연탄배달 봉사를 하며 얼굴이 온통 시커매졌지만, 그 장면이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도 sympathy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다면서 단식까지 불사하지만, 그것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 역시 sympathy이기 때문이다. (empahty여야 한다) (347, 348쪽)


  책 제목처럼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고 발전시키려 한다면 그저 그런 책들과 다를 바 없겠지요. 자신뿐 아니라 주변을 생각하자고 합니다. 덕분에 정의론이라든가 자유시장주의 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풀어나가면서 폭넓은 사고를 제시합니다. 독서가답게 참 여러 책을 말하는데요, 다양한 책 읽기를 지향하는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된 다른 책들을 찾아볼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잊고 있엇던 <프레임>이라든가 존 롤스의 <정의론> 같은 책들이요. 이외에도 전혀 관심이 없던 책들도 마구 읽고 싶어지게 한, 마술 같은 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많은 질문에 성실히, 또 야물차게 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렵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 쉽게 쓸 수 없지만 제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을 때까지 치열하게 사고하고 노력하겠습니다. (200쪽) 방황하는 그대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오 지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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