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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ㅣ 일하는 삶의 경제학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5월
평점 :
1. 최근 도파민 뿜뿜 소설에 빠져 지내다가, 오랜만에 사회과학 서적을 꺼내들었다. 책걸상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제목부터가 현재의 대한민국 나아가 전세계에 묵직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워낙 호평을 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책은 실업과 고용이라는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노오력이나 정치의 숫자놀음이 아닌 복잡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 거대산 담론임을 깨닫게 해준다.
2.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100% 반영하지 못하고 얼마나 왜곡하는지 지적하며 시작한다. 임금, 노동 시간, 기술 발전, 이주 노동 등 일자리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폭넓게 다룬다. 저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일할 의지나 육아 휴직 등의 여러 변수가 고용 지표를 어떻게 모호하게 만드는지 설명한다. 또한 높은 임금과 최저 임금이 오히려 생산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하려고 한다. 나아가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일자리 감소가 주로 비숙련직에 집중되는 현상과 이주 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편견에 반박한다.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헌법적인 노동 권리 보장과 올바른 재정 정책 같은 사회적, 공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3.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임금과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부분. 흔히 기업은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주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 노동자가 느끼는 ‘배신감‘이 근본적으로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이익에 비해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직원의 성토가 있던 당시, 언더마이닝 효과(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심리학 이론보상)를 사내 게시판에 게시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삭제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책의 주장처럼,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따르지 않을 때 노동자는 기업에 대한 애착을 잃고, 이는 결국 기업의 손해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경영진들은 그저 숫자에 매몰되어 간과하곤 한다. 높은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통념 역시, 봉급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는 저자의 분석이 날카로웠다.
4. 이외에도 많은 부분을 배웠다. 러다이트 운동이, 기계가 일자리를 뺏는다고 단순한 기계 파괴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이것이 실업에 대한 제도적, 정치적 해결책이 부재하자 노종자가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었음을 설명한다. 또한, 이주 노종자가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오해와 달리, 그들이 기피 업종을 선택함으로써 산업의 지탱하고 기반을 다져준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히 이주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해당 산업 전체의 임금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런 차별이 결국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음을 경고한다.
5. 다만 책의 결론인 9장은 다소 아쉽다. 앞선 장들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분석과 현실적인 통찰에 비해, 9장은 일할 권리 보장이나 올바른 재정 정책 같은 다소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방법 제시에 그친 감이 있다. 너무 바른 말만 나열하다보니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이상을 끈질기게 추구해야만 팍팍한 현실의 노동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는 일자리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노동 시장의 구조적, 현실적 문제를 직면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길잡이라 할 수 있겠다. YG의 코멘트처럼, 일자리 정책 담당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동 가치를 고민하고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