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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장보영 지음 / 새움 / 2017년 10월
평점 :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 장보영, 새움, 2017
인생의 큰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아내가 벌써 임신 28주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온다. 아내의 불어난 배와 건조해진 피부, 달리기는 커녕 빨리 걷기도 힘들어한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아내가 임신 초기에 읽었던 장보영 작가의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를 이어서 읽게 됐다. 그동안 아내로부터 책의 내용을 전해 들었고, 인터넷과 SNS에서 임신 관련 정보를 접해왔지만, 직접 책을 읽으니 느낌이 새롭다.
책은 저자의 결혼부터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임신을 다룬 내용도 힘들게 읽었는데 출산 부분은 더욱 힘들었다. 혼이 빠져나가고 이렇게 죽는구나 싶을 떄 아이가 나온다는데, 그 고통이 적힌 글자들이 종이를 뚫고 나오는 듯했다. 출산을 생각하면 세 달 뒤에 힘들어 할 아내가 떠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출산 직후의 이야기는… 정말 어쩜 이러나 싶다. 쏟아지는 오로, 출산 과정에서 생긴 상처, 온몸을 훑는 젖몸살까지. 저자는 자신이 사람인지, 우유를 만드는 동물인지 혼란스러웠따고 말한다. 아내를 어떻게 돌봐줘야 하나 막막하다. 출산에 대한 농담은 한마디도 하지 않아야겠다.
육아 부분은 나를 미궁에 빠뜨렸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육아. 우리도 그렇지만 모든 부모가 처음 겪는 일이기에,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조언들에 방향을 잃기 쉽다. 그저 작은 생명으로 태어나 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사람으로 키우는데 얼마나 막막할지, 점점 실감이 난다.
출산까지 앞으로 남은 80여일.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하나씩 체크해본다. 집안일? 솔직히 거의 하지 않았다. 옷 정리, 청소, 요리 모든 면에 미숙하다. 집안 물건의 위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배우고 메모장에 적어두면서 숙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만하면 좋은 남편’이라는 개념은 버리고, 육아를 돕는 존재가 아닌 주체로 함께 나설 준비도 해야겠다. 물론 아내와 나는 각자의 역할이 있겠지만, 칼같이 구분하는 게 아닌 서로 이해하며 협력하는 사이가 되어야겠다.
우리 부부에게 다가올 출산과 육아의 과정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주변의 도움을 통해 우리는 잘 헤쳐나갈 수 있으니라. 평생 미숙하고 부족하겠지만, 아이가 우리를 자랑스러운 부모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면서, 노력해야지. 슬슬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펼 때가 됐다. 우리의 이야기는 새로운 장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