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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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출판사 회장의 사망했다. 가족과 친척들은 유산 분배에 관한 유언장을 열기 위해 비탈섬에 위치한 기묘한 모양의 저택, 화강장에 모인다. 유언장을 읽고 유산을 나눈 밤, 아무것도 없어야 할 저택 중정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두막과 빨간 얼굴의 도깨비가 나타나고, 한 남자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아 사망한다.

<속임수의 섬>은 유머 미스터리 장르의 선두주자인 일본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 20주년작이다. 거액의 유산, 태풍으로 고립된 섬, 뭔가 어긋난 듯한 가족들, 의문의 죽음 등 추리소설로서의 설정은 완벽하다.

그러나 이른바 ‘유머’는 끝내 적응하기 어렵다. 환갑을 바라보는 작가의 나이를 감안하면, 2024년 현재의 유머 코드와는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유머를 구사하는 인물들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으며, 탐정과 조수로 나오는 남녀 인물이 주고받는 농담도 별로 재미있지 않다. 이 부분은 확실히 취향이 걸릴 것 같다.

트릭도 아쉽다.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탓일까, 아니면 책 뒤표지의 문구 - “범인은 이 책을 읽는 당신이다. 네 말이야, 바로 너!” - 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섬이라는 거대한 밀실을 다소 애매하게 활용한 듯한 인상이 강하다.

책을 끝까지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모든 사건에 당위성이 부여된다. 무엇보다 화강장의 비밀을 알고 나면, 출판사 회장의 집착이랄까, 한 사람을 위한 애도의 마음이 느껴져서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기묘한 화강장에 이런 마음이 담겨 있다니, 새삼스럽게 감동적이다.

가볍고 산뜻한 느낌의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제격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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