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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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신작 <불타는 작품> 또한 창의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설정, 결말, 모든 것이 애매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도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작 초반에 등장한 로버트는 정말 개인가?
중후반부의 로버트와는 같은 존재인가?
가짜라면, 언제 바꿔치기된 걸까?
안이지가 로버트 재단 건물에서 맨 처음 맞닥뜨린 개가 바로 겁을 먹고 마구 발버둥치던 로버트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발트만보다 먼저 죽고, 상징으로만 남았을까?
애초에 로버트는 실재하는가?

안이지가 겪은 일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마지막 작품을 골라 나올 때 지하에서 본 개는 로버트일까, 안이지의 환영일까?
뒤따라 들어간 여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책의 결말부에, 정말 샘이 로버트를 납치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로버트 재단의 망조를 알아채고 도망치는 건지 알 수 없다.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은 <불타는 작품>은 모든 가능성을 내포한다.
독자는 소설의 모든 구성 요소를 마음대로 해석하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이 과정에서 각자의 고유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독자는 글쓰기 - 읽기 - 해석하기라는 창작 과정을 함께 만들어간다.
예술의 창조와 해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탐구하며, 독자가 예술을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일종의 메타픽션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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