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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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세상이다.
나의 사회적 지위는 아파트, 자동차, 통장 잔고, 주식 평가액, 소유물로 대변되는 시대.
물론 현재가 이전에도 돈은 중요했다.
지금 시대는 오로지 돈만이 내 가치를 정해준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숫자 사회>를 통해 돈, 즉 숫자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세상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모두가 돈의 중요성을 안다.
<숫자 사회>는 돈과 자본을 무시하자거나 개인의 욕망을 무조건적으로 자제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천천히를 외쳐야 하는 이유, 숫자만을 좇는 현상을 외면하면 안되는 이유는 아래 문장으로 갈음한다.

> 찢어지게 가난했던 20세기 중반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절대 아니다. 무언가 삐그덕거리고 있다면 우리가 완전히 선로를 벗어나기 전에, 그래도 아직 시간과 기회가 있을 때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다. 그리고 점검하고 정비하고 균형을 맞춘 후 다시 출발하면 된다. 그동안은 경제성장이라는 명분이 이러한 단점들을 압살했다. 경제성장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과실이 분명히 실재하는 만큼 이러한 삶의 양식이 갖는 긍정적인 면모를 인정하되 이제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그리고 외면했던 부분들을 둘러봐야 한다. _49, 50쪽



저자의 분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뢰의 부족이다.
국가가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는 사회에서 주변 집단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그건 농경 사회와 근현대사 시절, 하나의 마을이 공동체 역할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고 개인화된 사회에서는 기댈 수 있는 공동체가 사라져 간다.
신뢰할 수 있는 영역이 일부 주변인에 한정되고, 그 범위에서 벗어나는 존재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돈, 즉 객관적으로 보이는 숫자는 신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함께 공유하던 시대적 과제가 사라진 점도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게 된 하나의 이유하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독립 후 반공, 산업화, 민주화, IMF 등 큰 이슈들이 많았다.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이슈는 그 존재 자체의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그게 무엇이 됐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진 공통의 시대정신이랄 게 없다.

저자는 숫자만을 좇는 현상의 원인을 과거의 역사에서 찾기도 한다.
농경사회에서 두레처럼 함께 일하는 문화는 ‘중간만 하자’는 생각을 만들었다.
지금은 그 ‘중간’의 기준이 한참 올랐다는 게 문제.
(하지만 난 이 농경사회 분석은 새로운 분석 방향이라는 데에는 긍정하나 전체적인 논조에는 동의하제 않는다.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이 너무 원론적이고 이상적이어서 책의 결론부는 다소 아쉽다.
현재 대한민국만의 공동체 문화를 새롭게 발굴하여 키워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
기존 문화는 농경, 산업화 시절에는 맞았으나 현대에는 맞지 않으므로, 굳이 예전의 문화를 끌어내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으로, 작은 단위(아파트 단지)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

하지만 이게 맞을까?
너무나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이야기다.
이상을 추구해야 실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과연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당근마켓이 하나의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중고 거래를 넘어, 사람들이 만나고, ‘우리동네 탭’을 통해 이웃 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터를 마련하는 것.
메타버스마저 구식 단어가 된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이 시대에, 기술과 원론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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