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게 된 모든 것 - 기억하지 못하는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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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정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을 통해 입양인으로서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냈다. 조산아로 태어나 죽을 위기에 처한 그녀를, 백인 부부가 입양한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동네에서 자란 그는 커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지만, 자신과 양부모를 위해 그 마음을 꾹 누르고 산다. 하지만 임신 후,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친부모, 언니와 연락이 닿게 되고 대면하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출산 과정과 당시 친부모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 하지만 어쩌다 한번씩은, 내가 용기를 내어 양부모님한테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이야기를 한국 부모님에게 했더라면 어땠을지 궁금했다. 어쩌면 나를 이해해 주었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내 백인 가족보다는 그 고통에 더 공감했을지도 몰랐다. _87쪽

시애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작가의 주변에 아시아인이 적었다. 양부모는 그를 아시아인, 입양아가 아닌 그냥 자신의 딸로 생각했고, 친척들도 모두 그와 외양은 달라도 그저 같은 가족일 뿐이었다. 하지만 커갈수록 아시아인이라고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해도 양부모는 100% 이해하지 못했다. 어쩔 수 있나. 자신들은 그래도 주류 백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심리적으로 받는 고통을 어디다 토로하지 못했다. 어쩌다 아시아계 친구를 만나도, 깊게 사귀지 못하고 헤어지곤 했다. 미국은 그의 나라이고 고향인데, 어째 타향살이로 비춰진다. 게다가 주변에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줄 사람이 없다니! 한없는 사랑과 관심을 주는 양부모였지만, 자신의 감정에 완벽히 공감하지 못하는 틈바구니에서 자란 작가의 감정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 하지만 나는 친부가 우리의 첫 만남 이후 찜찜한 기분이나 불만을 품고 돌아가지는 않았다고 느꼈다. 우리가 함께한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그분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나를 만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_305쪽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입양 이야기는 아름답다. 태어나자마자 외국으로 팔려가듯이 입양된 아이가, 번듯하게 성장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어릴 적 사진과 한국 이름을 들고는 친부, 친모를 찾는다. 입양인은 낯선 사람 집 문 앞에 서 있다가, 문이 열리면 서로 울면서 껴안고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눈물과 포옹 뒤에는 서로의 멀뚱멀뚱함과, 알게 모르게 남아 있는 서운함과 책망이 뒤따른다. 친부모와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감정을 풀어내고 그들의 역사를 꿰맞추면서도, 눈치를 봐야 한다. 친부모를 찾는 것 자체가 과거의 상처를 들쑤시는 것 아닐까? 내가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니면 어떡하지? 그들이 만나는 것은 화합의 장이면서도, 아득하게 쌓인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저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고 가감없이 씀으로써 책에 진실성을 더한다. 친부모의 약점을 말하고, 책의 결말부까지 친모와 만나지 않는 이유도 모두 말한다. 서로의 만남에서 오는 떨림과 기대감.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완벽하진 않지만 ‘이도 저도 아닌 내’가 아닌, **내가 바로 나**라는 자존감 가득한 생각. 작가의 솔직한 글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걱정하고, 웃고, 기뻐하고, 눈물흘렸다.

재밌게도 역자 정혜윤은, <H마트에서 울다>를 번역하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해매는 책이다. 두 책이 완전히 다른 소재를 말하지만, 결국은 **나로서 나 자신**을 다루기 때문에,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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