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형 인간의 팀장생활 - 리더십의 본질을 꿰뚫는 하이퍼리얼리즘 오피스 드라마
권도연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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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인 진서연과 같이, 나도 INFJ로서 내향적이다. 개중에서 아싸라 불릴 정도로 회사에서는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한다. 사생활침해 같달까. 묵묵히 일을 하고, 리더십보다 팔로워십을 강조하던 내가, 2년 전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중간 관리자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리더십과 일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이 책의 제목이 단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

권도연 작가가 쓴 <I형 인간의 팀장생활>은 직장생활에 대한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소설의 외피를 쓴 자기계발서나 리더십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팀장으로서 경험이 없는 주인공 진서연, 열정이 넘치는 신입 신사원,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쉽게 친해지지 않는 표사원, 일 대신 정치를 하느라 바쁜 권차장까지, 실제 회사에 있을법한 인물을 등장하고, 실무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일들이 펼쳐진다.

책은 각 장마다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고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열정은 넘치지만 엑셀 표 하나 만들지 못하는 신입사원, 이직을 할 것 처럼 행동하는 중고신입, 말로만 때우려는 나이 많은 후배와 부대끼면서 회사 내의 문제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회사에서 서연이 겪는 일들이 마치 나와 같아서 놀랐다. 특히 아래와 같이

(선략) 사람들한테 사이코패스지만 일 잘하는 팀장하고, 사람은 좋은데 일 못하는 팀장하고 누가 좋으냐 물으면 백이면 백! 전자를 택해. 그건 좋은 사람이 좋은 팀장이 아니란 뜻이야. 팀장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희미하고, 화내야 하는 상황에 화낼 줄 모르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해. 팀원들도 아, 우리 팀장 너무 착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팀장을 무시하기 시작하는 거고

라는 문장을 봤을 때는 뜨끔했다. 선배들에게는 당연하고, 후배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는 좋은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 일로 굴러가는 이익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냥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나는 무한정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쓴소리도 잘 못한다. 인간적인 장점이 회사에서는 조금 단점으로 되는 지점이다.

요새 회사생활과 일에 대한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데, 팩션의 틀을 가진 이 책을 읽고나니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리더십의 본질, 팀원과의 공감, 정확한 지시와 보고, 회사의 위계질서의 중요성을 한번 더 느꼈다. 나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고 장점, 단점은 무엇인지, 개선 방향과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회식에 참석하는 일이 드문 내 모습을 조금 반성하기도 했다. 후배들과 좋은 관계가 윤활유 역할을 할텐데, 이걸 내가 너무 간과했다.

책을 덮고서, 내향적인 사람이 이런 방향으로 좋은 리더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말하는 많은 조언 중 내가 필요한 것들을 쏙쏙 골라 습득해 더 좋은 과장, 나아가서 팀장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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