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
신정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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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좋아한다. 분야는 가리지 않는다. 소설과 에세이를 가장 좋아하지만 인문, 철학, 과학까지 두루두루 읽는 편이다. 책장에 책을 쌓아두고 읽다 보면 권수에 집착하게 될 때가 있고, 쉽고 얇은 책을 찾는다. 문득 의문이 든다. 나는 책을 읽는 게 맞나? 책 내용을 잘 소화하고 있을까? 그저 글자만 훑고는 책 내용을 숙지도 못한 채 많이 읽기에만 집착하지는 않을까?


이럴 때면 항상 독서법에 관한 책을 읽는다. 인생을 허망하게 날려먹는다는, 뭔가 자기개발적인 사고가 스물스물 나를 휩싼다. 그래, 독서는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이는 엄청난 일인데 책에서 뭔가 정수를 제대로 뽑아먹어야지! 메모와 독서노트를 통해서 책을 100%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읽기만 하는 피상적인 행위라면 나를 발전시킬 수 없어!


과거의 저는 책을 그저 소비했습니다. 저에게 책이란 가끔 필요에 의해 만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일시적 만남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인생에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못했죠. 메모 독서를 하면서 저는 비로소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독서 노트에 꾹꾹 눌러서 쓴 문장들이 제 마음속에 새겨져 삶의 방향을 조금씩 틀었습니다. 책을 읽고 삶에서 실천하는 경우가 늘면서 독서가 제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졌습니다.


260쪽의 책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메모 독서법의 정수!


- 책에 메모하면서 읽기(깨끗이 읽기 No!)

- 독서노트 쓰기

- 마인드맵 그리기

- 한 편의 글 완성하기


첫번째부터 난항이다. 책에 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라니! 애서가에게 가장 어려운 항목일 테다. 저자는 책을 깨끗하게 보면 깨끗하게 잊어버린다며 나를 설득한다. 흠, 어느정도 인정한다. 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여놓는다. 나중에 독서 노트를 쓰려고 보면 이 문장을 왜 남겨두었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문장에 대한 감상과 감정은 그떄그떄 다르다. 하지만 내가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둘 때 그 생각을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 매번 아쉽다.


으으, 메모 독서법의 가장 기초가 되는 첫 발걸음부터 떼지 못하겠다. 책 표지를 쫙 펴는 것도 못한다. 심지어 표지에 기스가 날까 책을 파우치에 넣어 다닌다. 책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재미없으면 중고서점에 팔 수도 있으니까, 더럽힐 수 없다. 책이 상전이고, 나의 주인인 셈이다. 나는 물질의 노예일까? 사실 책은 그리 비싸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인데 좀 친하게(다르게 말하면 거칠게) 지내면 좀 어떤가... 싶기도 하고.


덕분에 2월에 산 에세이에 연필로 줄을 긋고 종이를 접어서 표시했다. 이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울었다. 엉엉.


저자가 언급한 독서노트와 마인드맵은 요새 많이 퍼진 방법이다. 당장 유튜브에 ‘독서노트’를 검색하면 수많은 결과를 찾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참고만 하고 넘어갔다. 다 쓴 독서노트를 다시 읽고 또 줄을 친다는 것에 조금 놀라웠다. 아, 이 분은 책을 정말 전투적으로 읽으시는구나. 나는 그럴 깜냥이 못된다. 황새 따라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질라.


방법론적인 면만 보면 중요한 내용은 많지 않다. 차라리 저자가 쓴 독서노트를 예시로 많이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자기가 꾸리는 독서모임 영업하는 분위기도 조금 풍긴다.


열심히 공부하듯 읽으려는 마음가짐을 다지기에는 좋은 책이다. 메모 습관을 다룬 저자의 다른 저서도 읽을만하다. 하지만 책을 덮고나니 이렇게까지 읽어야 할까 하는 회의도 든다. 책을 좀 재미로 읽어도 되잖아. 치열하지 않게, 적당히 각잡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읽기. 책의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든 게 다 머리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머리 속 어딘가에 암묵지로 남아서 불현듯 생각날지도 모른다. 떠오르지 않으면 그것도 나름대로의 독서라고 생각한다. 내 필요에 따라 힘을 줬다 뺐다, 잘 운영하는 것도 묘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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