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과 열심 - 나를 지키는 글쓰기
김신회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아무튼, 여름>과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쓴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다. 민음사 유튜브 채널인 민음사TV에서 이 책 출간 소식을 알릴 때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뒀지만 읽을 책이 쌓이고 쌓여 한켠으로 물러나 있었다. 책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가 번뜩 생각나 빌려왔다. 빌려왔는데도 또 한참을 책꽂이에 뒀다. 아내가 먼저 읽고 지금의 내게 딱인 책이라고 해서 폈다. 사흘만에 후루룩 읽었다.

 

 

2.  책은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 쓰기. 사실 이 책이 글쓰기와 독서에 관한 에세이인줄 알았다. 뒷표지 홍보문구에도 ‘글쓰기를 일상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카피로 홍보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반만, 아니 반에 반만 맞는 이야기다. 1부만 글쓰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가 글을 쓰는 방법이나 루틴, 그만의 팁을 전한다. 그래도 1부만으로도 꽤나 마음에 드는 책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첫 문장보다 끝 문장’ 장. 저자는 첫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너무 힘을 주면 지나치게 비장한 다짐과 교훈으로 점철된 글을 쓰게 된다고 하는데, 이런 식이다.

 


1. 오늘의 경험을 통해 일상은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의 깨달은 밝히기.)


2. 이 마음을 잊지 않고 더 나은 내가 되어야겠다.

(되고 싶은 나에 대해 말하기.)


3. 앞으로도 이 같은 열정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

(간직하고 싶은 것 굳이 알려 주기.)


4.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삶을 살고 싶다.

(갑자기 분위기 종교 집회.)


 

비장함에 눈물이 나네. 근데 내가 쓴 일기나 독서노트를 보니 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고 있지 않은가! 다짐과 교훈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모든 글이 이렇게 끝나면 다양성도 없고 반성하고 주장하는 글밖에 되지 않을까? 내 맘을 가볍게 털어놓을 수 있는 마무리도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비장과 다짐과 교훈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기했

 

 

3.  2부는 프리랜서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다. 아쉽게도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서 크게 공감을 못했다. 그래도 책을 읽고 글을 써보려는 내게 한가지 팁을 주었는데, 바로 일하는 공간의 분리다. 저자는 일하는 방을 하나 따로 만들었단다. 거기로 출퇴근을 하는 거다. 회사처럼 출퇴근시간도 만든다. 집이라는 걸 잊도록 업무를 제외한 집안일은 작업 전후에 한다. 심지어 일하기 전에 씻기도 한다. 공간이 분리되니 작업 능률이 올라가고 꾸준히 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일상 - 식탁이나 거실 테이블이 아닌 다른 곳에 앉아야 독서/글쓰기 모드가 켜지지 않을까. 퇴근하고 한 시간은 카페에서 작업을 해볼까. 집 근처에 조용하고 근사한 카페는 몇 있으니, 아지트 삼아 주말에 종종 들러보기로 했다. 집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아 작업실로 생각도 해볼까? 봄이 와서 날이 따뜻해지면 우리집에서 최고로 특별한 공간인 발코니에 나가볼 거다. 아내가 멋드러진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여기서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4.  3부와 4부는 에세이 모음이다. 3부는 저자 자신, 4부는 타인과의 이야기를 다룬다. 심각한 분위기의 글은 없고 대부분 일상적인 주제, 소재를 다룬다. 무게를 엄청 잡지 않으니 읽기도 편하고, 그와중에 나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무튼, 여름>의 저자로 처음 알게 됐지만 사실 책은 읽지 않았다. 책 후반부를 읽고는 <아무튼, 여름>을 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로 유쾌한 글을 쓰는 작가라면 믿고 볼만 하지.

 

 

5.  유쾌함과 유머로 가득 찬 책이다. 가벼운 소재의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아, 글쓰기에 관심이 없다면 1, 2부는 넘기는 게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