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3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3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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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읽고 말았지. 매년 바뀐 게 없다, 똑같은 소재로 몇 년을 우려먹는다, 되지도 않는 키워드로 억지로 끼워맞춘다, 자신이 유행을 선도하려고 한다, 이렇게 욕을 들으면서도 연말이면 꼬박꼬박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트렌드 코리아>. 이맘때 즈음이면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습관처럼 읽고마는 책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훑어본단 말이지. 매년 사서 읽었지만 올해는 밀리의 서재에 일찍 올라와서 읽었다.

‘검은 토끼해’인 2023년의 키워드는 “RABBIT JUMP”이다. 부제는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 매년 키워드와 부제를 만드느라 힘들기도 하겠다. 2014년에 <트렌드 코리아>를 처음 읽었을 때에는 동물에 맞추서 이렇게 뜻을 잘 맞춘 키워드를 만들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억지다. 뭐, 이것도 능력이다.

사회의 흐름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리 고전이 좋다고 한들 고전만 읽으면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현재에 맞게 재해석해야만 고전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트렌드, 이게 참 중요하긴 한데... 이걸 매년 챙겨봐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트렌드가 아무리 빨리 변한다지만 1년에 한번씩 사회 현상을 짚을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일개 소비자인 내가?

나는 온갖 유행과 밈에 민감하다. 30대 중반이 됐는데도 온갖 커뮤니티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유행을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트렌드 서적을 읽다보니 역설적으로 이 강박을 놓게 됐다. 트렌드를 모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게 시류에 편승한다고 벌받는 것도 아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내면을 가꾸는 게 더 중요하다. 진득하니 소설이나 읽고, 트렌드는 이삼 년에 한번씩 알아보기로 했다.

참, 트렌드 도서는 ’트렌드 코리아‘보다 ’트렌드 노트‘ 시리즈를 추천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책을 써서 근거가 명확하고 예시들이 피부에 더 와닿는다.

아래로는 올해의 키워드와 각 키워드에 대해서 간단히 느낌을 남겨본다. 제대로된 요약은 아니고 눈에 띄는 단어와 문장을 적어놓은 내 맘대로 노트다.


**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 평균 실종
**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Office Big Bang’ : 오피스 빅뱅
**B**orn Picky, Cherry-sumers : 체리슈머
**B**uddies with a Purpose: ‘Index Relationships’ : 인덱스 관계
**I**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 뉴디맨드 전략
**T**horough Enjoyment: ‘Digging Momentum’ : 디깅모멘텀
**J**umbly Alpha Generation : 알파세대가 온다
**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 선제적 대응기술
**M**agic of Real Spaces : 공간력
**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 네버랜드 신드롬




**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 평균 실종
평균이 사라진다. 양극화(중간이 사라짐), N극화(N개의 소비자, N개의 취향), 단극화(한쪽으로 쏠림)의 경향이 커진다.
양극화는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부각되는 단어인데, 부익부 빈익빈이란 단어도 있고, 경제가 불안해지니 다이소 같은 저렴한 가게가 성행하기도 한다. 일례로, 경기불황 때는 천원샵이 유행이라고 하니, 확실히 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있긴 한 것 같다.
N극화는 워낙 예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 이 취향이 워낙 다분화되고, MZ세대의 개성 다양화와 맞물려 N극화가 더욱 가속화된다.
단극화는 플랫폼 경제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동영상은 유튜브, 쇼핑은 아마존(미국), 검색은 구글, 이렇게 사용자가 한쪽으로 쏠린다.

평균이 사라지면서 마케팅은 더욱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평균이라는 안전한 전략을 사용하면 시대에 도태될 수 있다. 거대하고 독점적인 플랫폼을 만들지 못한다면 소수의 팬/팬덤을 잘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Office Big Bang’ : 오피스 빅뱅
이전부터 재택 근무, 공유오피스처럼 전통적인 오피스 업무에서 벗어난 시류가 있었다. 이것이 팬더믹 시대와 맞물려 새로운 업무 방식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다양해졌다. 재택은 기본이거니와, 메타버스에서 근무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는 회사도 있다(카카오).
또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다. 10년 전, 내가 입사하던 시절에도 왕왕 돌던 이야기인데, 요즘에는 더욱 강조된다. 다소 보수적인 대기업 제조부문에서도 부서이동, 이직 이야기가 활발하다. 회사의 처우가 안좋아지면 이전 세대보다 불만을 잘 표출한다. 덕분에 회사는 점점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제조업에 직을 둬서인지, 재택근무보다 사무실에서 대면업무가 편하고 효율도 좋다. 영원히 젊을 줄 알았는데, 나도 나이를 먹고 기성세대의 반열에 오르는 것 같다. 팬더믹 시대 이후 온라인 미팅 활성화는 손들고 환영할 만하다. 덩치가 큰 대기업임에도 조금씩 업무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B**orn Picky, Cherry-sumers : 체리슈머
필진은 ‘체리피커’라는 말을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체리슈머’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체리슈머란 경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알뜰 소비전략을 펼치는 소비자층을 일컫는다. 체리피커는 혜택만 쏙쏙 빼먹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반면, 체리슈머는 소비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강구한다는 긍정적이 이미지라고 한다. 내가 봤을 때는 거기서 거기다.
체리슈머의 몇가지 예를 찾아보자. 1인 가구에 자게 각종 물건을 다소 비싸더라도 필요한만큼만 구매한다. OTT를 쪼개서 사용하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인터넷 공구를 넘어서, 오프라인에서 입주민끼리 배달공구를 한다. 메모지나 향수 등을 소분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뭘 그렇게 하느냐고 생각했곘지만, 요즘 소비자에게 소분 거래는 단순한 절약을 너머 재미와 성취감을 선사하는 놀이에 가깝다.

사실 OTT 쪼개기 서비스는 약관 위반이고, 소분 판매는 불법이다. 경험하고 싶으나 많이 필요하지 않거나 다소 부담되는 서비스를, 판매자와 기업은 역이용할 수 있다. 발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브랜드/서비스에 익숙하게 만든 뒤 자신들의 생태계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절약도 좋지만 그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소비자 윤리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


사실 여기부터 책이 조금 질리기 시작했다. 읽기도, 정리도… 이 아래로는 간단히 적어본다. 사실 각 장마다 소감을 두세 줄만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스케치가 길어졌다.


**B**uddies with a Purpose: ‘Index Relationships’ : 인덱스 관계
오프라인에서의 관계가 전부인 시대가 있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많은 관계를 맺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여러 소통 창구가 생긴 지금, 목적에 따른 관계를 세분화한다.
예를 들면, 선망하는 ‘인친’ - 최신 뉴스를 알려주는 ‘페친’ - 동네에서 만나는 ‘실친’ 등 관계는 창구와 목적으로 여러 스펙트럼을 가진다. 인스타그램을 목적별로 나눠서 운영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이 될 것이다(나는 일상 계정, 책 계정, 사진 계정을 따로 운영 중이다). 각 관계마다 인덱스를 붙여 중요도를 구분하는데, 가장 휘발성이 높은 놀이로는 랜덤채팅(랜챗), 에어드랍 놀이(불특정 다수에게 에어드랍으로 사진을 보내는 놀이)도 포함된다. 이것은 개인화의 발달과 N극화와도 이어지는 이야기다.


**I**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 뉴디맨드 전략
상품과 서비스의 과잉 공급 시대, 기업들은 새로운 수요 창출을 전략을 짜야 한다. 필자들은 이 전략을 ‘뉴디맨드 전략’이라고 명명한다. 별로 의미있는 단어는 아닌 것 같은데, 흠. 뉴디맨드 전략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교체 수요 : 업그레이드하기 / 컨셉 덧입히기(환경, 프리미엄 컨셉) / 지불방식 바꾸기(할부, 렌탈, 구독, 후불BNPL)
. 신규 수요 : 전에 없던 상품(핸드폰, 디지털 사진, 전기차) / 새로운 카테고리 상품(스타일러 슈케이스), 마이크로 세그먼테이션에 기반한 상품(특정 사용자게에 특화된 상품들)

전에는 산업이 문화를 이끌어갔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이끌어가는 시대다. 이 말은 개발자와 마케터에게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새로 개발, 판매되는 상품을 보면 그들은 정말 골머리 썩겠구나 싶다. 새로운 카테고리와 상품군을 만드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T**horough Enjoyment: ‘Digging Momentum’ : 디깅모멘텀
단순한 취미, 덕질과 팬심을 넘어서 상황과 취미에 몰입하는 현상이다. 책은 컨셉에 열중하는 컨셉형,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몰두의 정도를 높이는 관계형, 수집을 통해 만족과 과시를 추구하는 수집형으로 나눴다. 컨셉형의 예가 재밌는데,

**나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얼짱녀 헤르미온느**
나는 헤르미온느다. 공부가 너무너무 좋다. 나는 영국인이기 때문에 모국어인 영어는 특히 잘해야 한다. 이번 시험 1등도 당연히 내가 차지하겠지만, 경쟁자 말포이를 이기려면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라면서 해리포터 공책, 기숙사 목도리, 마법지팡이를 챙기고, 유튜브에서 그리핀도르 기숙사 ASMR을 들으면서 공부한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실제로 영상이 꽤나 많다. 실제 공부에 몰입하려는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다.


**J**umbly Alpha Generation : 알파세대가 온다
이제 MZ를 넘어 알파세대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알파라고 칭한다. A가 아니라 알파로 붙은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Z 다음 A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세대를 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생이라니, 13살 아이들이라니. 자녀가 없기에 더욱 멀게 느껴지는,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는 세대다. 외동인 경우가 많아 사랑을 많이 받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나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또한 본 투 디지털이기 때문에 디지털에 친숙하고 초등학생 유튜버와 틱톡커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한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전보다 심한 경쟁사회에서 어릴 적부터 코딩, 영어, 심지어 경제 공부까지 한다. 저 나이대 아이들의 학창 생활에서 공부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안된다. 나도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알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 선제적 대응기술
그동안 소비자는 필요한 서비스와 물품을 찾아서 사용했다. 하지만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소비자가 필요를 느끼기 전에 먼저 솔루션을 제안해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기술을 ‘선제적 대응기술’로 명명한다.
정보 제공 - 맞춤 조정 - 예측 수행의 단계를 밟는데, 각 단계는 완전히 구분되지 않고 혼합되어 있다. 예측 수행이 가장 발달한 기술로 생각되는데, 대표적인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사용자가 대응하기 전에 차량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맞춤 조정의 기술이 활성화되었고, 예측 수행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트렌드라기보다는 미래학의 한 부분으로 생각돼 가장 흥미가 떨어졌던 장이다.


**M**agic of Real Spaces : 공간력
우리는 결국 코로나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저 같이 살아갈 뿐이다. 엔데믹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 실제의 공간이 주는 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공간 변화의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크기다. 시간이 갈수록 대형 쇼핑몰에 사람이 몰린다. 공간의 덩치가 크면 즐길거리가 많아지고, 자연스레 사람이 더욱 몰린다. 다른 하나는 공간이 주는 경험이다.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객경험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다만,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메타버스는 아직 체감하지 못했다. 최신 기술을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 섣부른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기술의 임계점을 돌파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구현될 기술.


**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 네버랜드 신드롬
나이보다 어리게 생활하고 행동하는 양상을 말한다. 책에서는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나이듦을 거부하고, 아이들처럼 명랑하고 재밌게 노는 등의 예시를 든다. 힘든 현실에서 어릴 적 향수를 꿈꾸며 위안을 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동반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은 여러 산업이 발달하는 기회이고 소비자가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다. 하지만 사회의 유년화가 걱정된다. 요즘들어 전문가의 상담 예능 프로그램(오은영쌤 등)이 성행이다. 고성장 시대에 살았던 어른들의 조언은 현재에서는 빛이 바랬다. 저성장 시대의 청년들은 실패해서 안된다는 강박감과 더불어 성장 가이드도 없으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댄다.
결국 사회는 청년의 성장으로 완성된다. 네버랜드에 빠져 있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함께 걱정하고 공감하며 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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