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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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유지해온 독서기록 포맷을 바꿨다. 기존에는 월별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 구분했고, 책마다 오름차순으로 숫자를 붙여 달과 해에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를 숫자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작년보다 권수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노심초사해 얇은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으려고 하고(많이 읽는 게 물론 나쁜 건 아니지만 목적이...) 저번 달보다 적게 읽으면 괜한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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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달마다 5-6권 정도의 향상성 유지와 한 해의 독서 패턴(1,2월에 대박쳤다가 3월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다시 6월에 슬금슬금 컨디션 회복 후 10월에 바닥 아래 지하실이 있다는 걸 깨닳음)을 알게된 건 좋은 일이다. 그러니까, 그런 패턴은 이제 몸이 기억하니 기록에 굳이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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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에 붙었던 통계를 나타내는 모든 숫자를 지웠다. 책을 덮은 달과 책, 그리고 간단한 별점만 남겼다. 연/월까지 지우면 내가 저때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감정으로 살았으며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달에 몇 권 읽었는지 알 수는 있지만, 구태여 들여다보지 않는 한 모르게 해뒀다. 사실 별점도 필요없는데... 지울까 생각 중이다. 어차피 9년간 얼마 읽지도 않은 책, 그 간단한 인상마저 떠오르지 않는다면 책읽기를 그만둬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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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서 노트는 디지털화(?)가 완료됐다. 에버노트에 이미 모든 자료가 다 있고, 장문으로 옮기지는 못했어도 손으로 쓴 짤막한 독서노트도 사진으로 찍어 노트에 보관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걸 베어라는 문서앱에 저장해뒀다는 건데... 이놈은 손글씨를 ocr로 인식 못해서 텍스트로 검색이 아예 안된다. 에버노트로 다시 옮겨야 한다. 아,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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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독자는 독서기록 따위는 하지 않는다지만 내 독서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버릴 수 없다. 물론 내 허세와도 직결된 문제기도 하고. 이거 올리면 좀 있어 보이지 않나? 마막 고민하는 척. 11월 권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건 9월과 10월에 게으름 피워서 계속 밀린 책을 겨우 끝낸 것이다. 제대로 된 독후감 한 편도 못 남긴 게 무지의 단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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