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무법자 해적 - 전설적인 해적들의 모험과 진실
데이비드 코딩리 지음, 김혜영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Under The Black Flag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이고, 다도해 해상이라 해적 활동의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후기 신라시대에서 후삼국 시대까지 신라구(新羅寇)라는 해적집단이 존재했었다.
 
 그렇다니 더욱 '해적'에 흥미가 가는데,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3>을 보고 '해적'의 전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목마름을 채워 줄거라 여겼던 책이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영화나 책을 통해 '낭만적인 무법자'의 이미지로 그려진 '해적'들에게서 '낭만'이란 포장을 벗겨내는 것이었다. 저자는 '정부 공식 문서'와 '해적 선장들의 일지',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해적'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어 우리의 '낭만적인' 판타지를 무참히 깨트린다.
 
 그렇기 때문에 원제인 <Under The Black Flag>를 대신한 번역본의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이란 제목에 의문을 감출 길이 없다. 이러한 '제목'과 '내용'의 괴리감은 '독자'의 기대를 져버리고 배반하는 행위이고, 이렇게 비판을 쏟아내게 만든다. <검은 깃발 아래>란 제목을 왜 버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책은 무수한 오타들 속에서 독자를 헤매게 만든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번역한 역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나, 적어도 '동일 용어의 통일'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본문과 지도에서 동일한 지명 또는 인명을 거론하고 있으나, 표기가 달라 독자의 고충을 배가시키고 읽기 힘들게 한다.
 
 또한 이 책의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의 차례는 '유명한 해적 선장의 이름'별로 나눈게 아니라, '해적들의 삶과 생활'별로 나눠져 있다. 그래서 유명한 해적 선장의 경우 다소 산발적으로 거론되게 된다. 그렇다면 책의 말미에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사료를 빼고, 자주 등장하는 용어나 이름 별로 색인을 만들어, 독자가 찾아보기 쉽게 만들 순 없었을까. 이것은 '독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행해져야 할 것들이었다.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편집이나 잦은 오타를 배제하고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아주 '최악'은 아니다. 오히려 '헨리 모건 경'이나 '키드 선장', '블랙 비어드(티치 선장)'같은 유명한 해적 선장들의 일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듯이 흥미진진하기도 했었다. 특히, 폭풍우 속에 벌어진 바돌로뮤 로버츠와 영국 해군의 전투는 <캐리비안의 해적 3>에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진 전투를 생각나게끔 한다.
 
 '헨리 모건 경'은 이름에 붙은 '경'이란 칭호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해적이다. 그가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략선(프라이버티어)'이란 개념 때문이다. '사략선'이란, 적국의 선박을 공격 및 나포할 수 잇는 권리를 가진 선박이란 뜻이다. 전시에 적국의 선박을 손쉽게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제도로, 국가에선 방대한 해군상비군을 구충, 유지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본국에선 '영웅 대접'을 적국에선 '악당 취급'을 받는 해적의 이중적인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해적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정치적 희생양이 '키드 선장'이다. 그는 왕과 정치인들에게 약간의 재정적 후원을 받고, 불법(위조) 나포 면허장을 허가받아, 약탈한 포획물을 그들의 몫으로 나눠주며, 권력자의 비리에 동참했으나, 결국은 그들이 등을 돌려, 그들에게 버림받고 처형당한다.
 
 '블랙 비어드'라 불리는 '티치 선장'은 가장 악랄하고 잔인하고 포악한 해적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해군과의 치열한 전투 도중에 사망한다. 그의 높은 악명때문에 영국 해군은 한동안 전리품으로 그의 머리를 돛대에 걸고 다녔다고 한다. 42포의 대형 군함인 '로열 포춘 호'의 '바돌로뮤 로버츠 선장'도 전투 도중에 사망했다.
 
 오타덕에 정신없이 읽었지만, 내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재밌기도 했었다. 우리의 판타지를 깨트린 저자도 우리들 마음 속에 '해적'은 언제나 '낭만적인 무법자'로 머물고 있을 것임을 넌지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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