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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책 읽기만을 업으로 삼는 일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만 할 수 있다면 괜찮은 일이다. 그걸 지적생활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논문을 쓰고 책을 쓰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두 부류의 지적생활자가 있다. 저자는 그러한 일을 통해 책을 쓰고 연구하며, 비전가이지만 특정분야에 대해서 자신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책을 모으고 그것을 통해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쓴 책이 ‘독일참모본부’이다. 해당분야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책을 모으지 않고 그것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만큼 깊이있게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자료만 확보되어 있다면 비전문가일지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전문가 못지 않게 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저자는 ‘지적생활의 발견’의 집필 동기를 해머튼에게서 찾았다. 그가 1873년에 쓴 책이 지적생활이었기 때문이다. 더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며 그는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고 느낌이 없는 것에 대해서 자신있게 느낌이 없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런 생각에 출발해서 그는 책을 읽었으며, 자신의 선택으로 좋은 책을 구별했다. 책 사는 것에 대해서 아까워하지 말며, 정독할 책은 반드시 구매하라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따로 메모하지 않으며 그 책에 표시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책을 갖고 서재를 꾸미라고 한다. 좋은 책으로 가득 말이다. 그것이 지적생활이다.
책과 연관된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들, 독서의 시간, 가족과의 관계, 책읽는 방법과 서재의 구성, 지적생활을 위한 와인과 맥주 등 그가 보고 느낀, 실천해 온 것들에 대한 일들과 생각이 가볍게 들어 있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면서까지 책읽기에 몰두한 사람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지적생활을 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는 중병을 제외하고는 가족이라는 것. 그렇게해서 그 사람이 위대한 학자가 되고 칭송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인토 부인의 입장에서는 고루하고 답답한 그의 생활이 못마땅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고독한 지적생활자의 삶을 동경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부러운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가족에게 구속당하지 않고 오로지 학문에만 몰두하여 세계적인 업적을 남긴 학자의 모습, 그 속에서 진정한 지적 생활의 비밀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생활을 비롯한 칸트와 흄 등 철학가들의 서재와 지적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기계적인 생산과 창작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의외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위대한 작품들이 만들어졌으니 공감할 부분이 없는 것이 아니다. 돈은 곧 시간이라며 지적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돋보인다.
그의 말대로 몇 번을 더 읽어보고 다른 느낌을 또 받아 볼 일이 남았지만 일단 이렇게 정리를 해본다.
직접 사서 끊임없이 읽고 기계적으로 생산하며, 공간과 시간확보를 위해 애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