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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지 않는 아이
펄 벅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나를 알아가는 것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그것이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말이다. 그런면에서 책은 나의 생각과 경험을 넓혀주는 일을 한다.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저렴하게 짧은 시간안에 그 일을 돕는다. 교육이나 생각을 넓히는 일에 최근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렇다고 내가 누구를 가르치거나 크게 생각하지는 못하면서도 말이다. 고르는 책이나 보는 책을 보면 그렇다. 우연하게 뽑은 책이다. 펄 벅. 그 이름은 너무나도 잘알려져 있는데 이 책은 참 생소하다. 문학작품으로서 아니라 바로 그녀의 이야기이며 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그녀는 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내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의 경험을 통해 다른 아이들이 도움을 받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들이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지만 어디에도 쉽게 가정사나 결혼사를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라지 않고 멈춰있는 아이를 보며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무너지겠는가. 살아있는 동안에 딸이 받을 수 있는 혜택, 자랄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주고 가족에게 그녀를 인계해주기까지 했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사회에도 그 일을 통해 바뀔 수 있는 용기있는 행동과 일들을 해나갔다.
아이를 통해 인생의 최고의 기쁨을 이루었지만 오래지 않아 그 기쁨은 슬픔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섰다. 무엇이 행복한 것인가를 깨달아나갔다.
“나는 결국 감당하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떨쳐 버릴 수 없는 슬픔을 아고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렇다. 이 책은 이렇게해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삶은 그녀의 생각을 바꾸게 했다. 삶에 대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삶에 순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이의 행복은 아이가 이해하고 기능할 수 있는 세계에 살 때에만 누닐 수 있는 것이다.”
정신지체아동의 수를 줄이는데 온 힘을 쏟은 그녀의 생활과 노력들을 이 책을 통해 느끼며 그들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니라 현실이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웃이 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고통과 슬픔이 오히려 더 그녀를 강하게 만들고 글을 쓰는 힘을 갖게 한 것은 아닐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