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전문가의 영역이 이런 것이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비에 대해서 감성적인 접근만 했지 과학적으로 문학적으로 우주적으로 해석해본 바 없다. 그건 사실 나의 일도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성경 속 홍수 심판 이야기나 세종대왕의 측우기 이야기도 들어 있다. 통섭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신시아 바넷은 그렇게 비라는 주제를 놓고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살펴본다. 비로 인하여 일어난 아픈 역사도 그렇다. 이 책은 2016년 미국 출판인 컨소시엄 주최로 열리는 '전미도서상'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물과 불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은 더욱 그렇다. 어떤 나라의 사람들은 물 부족으로 죽고 어떤 나라는 물을 낭비한다. 이러한 지리적 차이로 인해 사람의 문화와 역사는 다른 길을 걷는다. 가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투쟁은 애절하다. 


"종교는 사람들과 이들이 사는 복잡한 세계의 역사를 반영한다. 여기에는 기후에 대한 이들의 믿음과 인식이 포함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의 일신론은 모두 중동의 건조한 모래에서 생겨났다. 일부 역사가들은 이 건조한 땅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생명을 주는 비를 바라는 농민에게서 일신교의 뿌리를 찾는다. 반면 다신교는 대부분 비가 흠뻑 내리는 몬순 지대에서 탄생했다."


종교 탄생의 시작을 비에서 찾는다. 독특한 시각이다. 이미 있는 이야기였는지 모르지만 신시아 바넷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다 모았다. 비가 만들어내는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꽉 차 있다. 비로 인하여 만들어진 우산을 비롯한 다양한 발명품들 이야기는 재미있다. 앞으로 어떤 우산들이 더  나올까. 비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올여름 비로 인하여 주택이 잠기고 소중히 지켜 온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뉴스는 가슴 아프다. 어떤 이들에게 비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비는 언제나 건축가와 구조공학자들의 골칫거리였다. 이들은 비를 모으는 일보다 저주를 퍼부으며 비를 막는 데 훨씬 더 많은 세월을 보냈다."


이렇게 어떤 이에게는 골칫거리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비가 창조의 샘이기도 하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 비로 인하여 감명받은 작품들을 남긴 것은 고마운 일이다. 연극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는 세상에 없던 문화를 만들고 예술작품을 남길 수 있도록 예술가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열대기후가 타자기의 극적 분출에 영감을 주는 반면,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는 이건이 주장하는 비처럼 시애틀의 꾸준한 창조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아이슬란드가 어떻게 세계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인구 한 명당 더 많은 작가와 책을 배출하는지도 설명해준다."


중고등학교 시절 비와 태풍의 종류와 경로에 대해서 공부했었다. 그렇게 기후적으로 배운 비에 대한 이야기 이외의 비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범위가 훨씬 더 깊은 것임을 느끼게 한다. 역사 문헌 속에서 사람들은 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했는지 작가의 풍부하고 폭넓은 지식 탐구를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전에는 비를 맞아도 크게 신경을 안 썼지만 지금 비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쁜 비'다. 비를 맞지 않으면 감성이 살아날 수 없다. 


"미래에 얼마나 많은 수증기가 대기를 채울 것인가 하는 질문,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이 될까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정확히 규정된 것이 아니고 그 때문에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비가 인류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이야기 들어보자.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비의 역사를 살펴봄으로 해서  인류가 정치 체제가 이기적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해 협력할 결정을 내릴 역량이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고 말한다.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희망도 품게 하는 비의 역사와 문화는 이 여름에 내리는 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 


수자원 사용 윤리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신시아 바넷의 <비>는 1장은 비와 인류의 역사, 2장은 비와 과학, 3장은 비와 자연, 4장은 비와 문화 그리고 마지막 5장은 비와 지구 그리고 우리로 각각 구성되었다. 비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우리 삶의 행복을 위해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봐야 할 시점이다. 좀 더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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