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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ㅣ 암자로 가는 길 1
정찬주 글,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2004년 9월
평점 :
몸도 마음도 더운 여름날에 읽기 좋은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전해 온다. 방문객의 입장에서 찍어 놓은 듯한 사진, 그곳에서 한 번 바라봄직한 생각들을 담아낸 사진들도 좋다. 글은 또 어떤가. 글도 좋다. 관광을 위해, 혹은 등산을 하면서 만나는 산 속의 절들을 그냥 스쳐 지나듯 앉았다가 돌아오고는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구석 구석을 보고, 또 아래를 내려다보고, 위를 올려다보는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내니, 여유와 관조, 삶의 경험의 차이가 이런 책을 만들어 내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날, 잠시나마 이 책을 읽으면서 선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사찰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하는 가에 대해서 강요하지 않으며, 깨닫게 하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목의 그런 모습은 왠지 겸손하다.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듯 지극히 천연스럽다. 염치없는 인간들처럼 호화 분묘니 묘지 공원화니 하여 죽는 순간까지도 허명을 남기려 하는 미망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것이다. 자신을 키워 주었던 어머니인 산에게 아무런 이름없이 겸허하게 안겨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