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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외편집자
츠즈키 쿄이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컴인 / 2017년 3월
평점 :
"나는 나 자신이 인테리어 디자인과 예술과 음악과 문학의 외부인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철저한 외부인임에도 취재를 하고 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의 태만' 때문이다. 전문가가 움직여주면 나는 독자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내가 움직인다. 나의 행동이 어찌어찌 일로 연결되어서 그럭저럭 먹고살고 있다. 나는 늘 이런 위험한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인세로 먹고사는 삶'이라는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나는 건너편 강가에는 도착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151쪽, <권외편집자>중
우리 사회는 자격증, 전문가 사회다. 자격증하나 없으면 인정도 안해준다. 나름대로 그 분야에서 잘 한다고 해도 그렇다.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상이라도 하나 받으면 그 전의 뭘 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현장 감각이 높아도 학력조건이 맞지 않으면 그 분야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출판분야는 어떨까?
그래도 이쪽은 실력으로 인정받는 분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편집 솔루션들이 나와서 진입장벽이 낮아졌지만 경험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남아 있다. 독창성과 보편성을 잘 결합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츠즈키 쿄이치의 독특한 삶의 경험들이 흥미롭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의 영역을 만들었다. 남들이 모두 아는 곳을 찾지 않았다. 남들이 오케이 하는 그런 보편적인 아이템을 찾지 않았다. 그러한 그의 태도는 그가 외부인으로서 편집의 영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살아갈 수 있는 재료가 되었다.
사람을 만나면서 일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는 현역 편집자다. 일을 하기 전에 단정하지 않으며 정해놓고 길을 가지 않는다. 우연이 만드는 기회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