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문과 출신이라서 ‘문송합니다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때 거부감이 들었다. 몇 년 새 취업이 잘 안 되는 문과에 속한 대학의 학과들은 통폐합되거나 이상한 이름의 학과로 새로 탄생했다. 언젠가 다시 또 사라질 이름들일 것이다.      


문과 졸업생들에게는 사회에 나가서 할 일이 없나? 뭘 하든 뭘 배우든 자신의 분야를 이루면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확답할 수 없는 것이 삶이 아닌가.       


책 더미에 앉아 고민하는 한 남자의 모습의 일러스트를 표지로 한 <문과 출신입니다만>이 여러 책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제목이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성공한 문과가 되자’는 부제목에서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건가, 성공한 사람이 있기는 있나?’ 하는 의문이 줄을 이었다.    


이 책을 쓴 저자, 가와무라 겐키는 신문학 전공의 문과 출신이다. 1979년 일본 요코하마 시에서 태어난 그는 문과와 이과의 차이가 뭔가 하는 호기심을 가졌다. “뭐가 다른 거야?” 저자는 이 책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던 질문의 답을 얻었다. 차이가 없다는 것. 같은 목표를 행해 가지만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와무라 겐키는 적극적인 성향의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을 즐겨한다. 호기심은 그를 새로운 일로 이끈다. <억남>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다. 돈과 행복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의 책 <억남>에는 그의 생각이 담겼다. 앞으로도 그의 호기심이 멈추지 않기 바란다. 문과 출신으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에서 삶의 본질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문과 출신입니다만>은 2년여 동안 이과계 사람을 만나 성공의 이유를 묻고 그러한 길을 걸을 수 있는 동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다. 일본의 IT분야를 비롯 과학과 문화 등 다방면의 인물들을 소개한다.


문과생으로 이과생의 삶이 어떠한지 궁금한 그가 던진 질문과 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무엇을 더 채워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던진다. 저자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좀 더 쉽게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관점과 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현실의 안락함에 젖어 변화의 시기를 놓쳐버린다. 그런 면에서 고정관념 탈피를 주장하는 메시지는 어떤가.     


"그리고 요즘 세상은 정보와 유행이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사례로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등이 있지요. 그러한 생각 때문인지 점점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고정관념이라 불리는 알껍데기를 깨부수지 못하면 인간은 미래를 향해 변화해나갈 수 없습니다. 그 알껍데기를 스스로 부수든 남이 부숴 주든 해야 합니다."-170쪽 중     


'당연한 것은 없다, 의심해야 한다'는 부분도 새롭게 느껴진다. 의심은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만난 인물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듣는 것,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경험하는 것에 견줄 것이 없음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오묘한 감각을 스스로 죽이고 있지 않은가.       


"곤충 채집을 할 때도 어떤 곤충을 찾다 보면 꼭 그와 비슷한 신종 곤충을 발견하곤 합니다. 내가 기존에 가졌던 생각, 즉 상식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점이 참으로 유쾌하더군요. 세상일이 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면 인생이 편해집니다. 다들 뭐든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니 짜증을 내는 거지요."-23쪽 중    


해부학자, 작가, 곤충연구가이며 도쿄대 명예교수인 요로 다케시의 말이다.      


늘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사람들, 원칙에 충실하기보다는 불합리한 것에 도전하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살기보다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하는 사람은 어떤가. 남의 말을 듣고 일하는 사람보다는 제멋대로 하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을 받아들이는 기업의 회장이 있다면. 그리고 그가 성공을 이룬 사람이라면.      


인공지능과 딥러닝의 발전 상황 등 현재 각광받는 기술과 산업분야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또한 매 인물 인터뷰가 끝난 지점에서 다시 한번 인터뷰 중 중요 부분을 요약정리해준다. 이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메시지 이해가 쉽다. 다른 인물들과의 비교도 어렵지 않다.        


다양한 인물을 통해 삶에 지배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인간의 즐거움을 창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각자의 방법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환호하고 좋아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비결은 무엇인지도 살펴볼 수 있다.      


"결국에는 개인이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실패할 때마다 고민을 거듭하고 스스로 땀 흘리며 일해야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런 부분을 외주로 맡겨 버리면 정작 자기 자신은 경험을 쌓지 못하니 남는 것이 없습니다. 역시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186쪽 중     


위 말은 로봇 제작자 다카하시 도모타카의 말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이런 비슷한 일을 경험해봤다. 시간을 줄인다고 큰돈 들여 외주 개발을 했지만 결국 서비스는 무너지고 말았다. 외주는 시간을 단축하지만 결국 거기에 발목 잡혔다. 더 발전할 수 없다. 끌려가기보다 끌고 가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 창조적인 인간으로 생각한다. 단순한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생산자로서의 위치를 만들 때 사람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에  반응하고 환호한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 그게 무엇인지 찾아내는 조직은 미래가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들이 이루어낸 결과를 부러워하다 인생 끝낼 이유가 없다. 내 것을 찾는 일에도 시간을 보태보자.      


잘 나가는 사람은 처음부터 생각의 그림이 다르다.      


문과생이나 이과생 할 것 없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예술가들이다.     

 

“사실 그렇게 함부로 분야를 구분 지어서는 안 됩니다. 수학과 문학은 둘 다 언어에 관한 학문입니다. 단지 언어의 종류, 표현할 수 있는 내용, 생각하는 바가 다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화가와 디자이너만 예술가인 것이 아니라, 물리학자도 예술가라 볼 수 있습니다.”-306쪽 중     


일본에 인터넷을 보급하기도 한 MIT 미디어랩 소장 이토 조이치의 말이다.      


책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벗어나도록 자극한다. 


문과생으로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자. 300여 쪽이 넘는 분량 속 15인의 인생 승부를 들어보며 자극 한 번 받아보자. 로봇의 시대, 기계와 제조업의 시대를 희망하는 일본이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엿보여 살짝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그건 덮어두자. 배우고 익힐 것들이 있다면. 계획만 세우다 인생 종 치지 말고, 실행도 좀 하며 살아야 한다. 남들 가는 길 똑같이 가서는 승부를 볼 수 없다. 다르게 사는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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