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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디자인 이야기
이나미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언제 읽어봐야 했는데, 손에 들어왔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안되겠지만 무슨 내용이 있겠나 싶어 구입을 망설인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10여년간 회사를 꾸려나온 디자이너, 아니 북프로듀서의 그 삶과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의 탄생배경을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쉽지 않았을텐데 그가 작업을 해 온 지난 10여년간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유학생활을 거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자리를 잡기까지의 그 자신에 찬 삶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한 곳에 집중해 온 그것도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답일지 모르지만 나름대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한다. 특이한 제품디자인이나 브로슈어 등을 접할 때 좀 특이한 것이나 색다른 것이 있다면 어느 회사가 디자인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대중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특이한 아이템들의 실제 디자인회사는 가려져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실험정신으로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작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디자이너들의 치열한 삶이 있었기에 우리의 눈높이 좀더 높아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디자인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놓는 작업이라고 하는 그의 해석도 마음에 든다. 제대로 찾아가도록 찾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작업하는 것도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그같은 인맥은 그가 일구어 온 오늘의 ‘스튜디오 바프’를 있게 한 또하나의 힘의 근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물론 저자의 일에 대한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 더 크겠지만 말이다. 세상에 나온 몇가지 눈여겨 볼 만한 패키지 디자인과 브로슈어의 탄생비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는 저자의 삶을 들여다 보자.
“궤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가장 좋은 디자인은 가장 절제된 상태의 디자인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고, 디자인이란 결국 대상이 지닌 무언가를 끊임없이 뜯어고쳐 새로운 상태로 만들어놓는 일이 아니라 대상이 지닌 애초의 모습, 대상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원래의 상태를 찾아 다시 제자리에 놓아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디자이너의 일은 대상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그 원래의 상태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일인 것이고, 그 원래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대상 그 자체인 것이니 나에게 디자인이란 실로 그 대상과 소통하는 일, 그 대상이 하고자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나닐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