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철학 로드맵 - 사상가 50인이 안내하는 지知의 최전선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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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내가 관심갖고 사상가가 있다면 지그문트 바우만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서 박식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족함이 많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해서 연구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 본 분들의 삶과 인생경험을 토대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해 본다. 


이러한 분들이 앞서 있기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고 희망하고 설계하는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분들의 삶이 비록 쉽지 않았겠지만 그 덕에 오늘 흔들리는 삶속에서도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 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대담집도 얼마 전에 봤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 다음 기회로 미루어 둔다. 그의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책도 편지글인데 읽기가 좋다. 이렇게 한 분의 철학자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책의 파도를 잘 탔기 때문이다. 우연히 다른 책을 읽다가 그 속에서 소개된 분의 책이 바우만이었다. 


현대 철학 로드맵은 50인의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그 중 한 분이 바우만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철학과 사상이 풍부한 토양이 되어 많은 철학가들을 배출했다. 이 책은 이 두 나라의 철학자를 비롯 현대에 이르는 사상가들의 철학과 그들이 내세운 개념을 통해서 다른 사상가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길지 않고 어렵지 않아서 기본적인 흐름과 철학의 체계를 짚어보는 데 적절하다.  


"가령 세계화로 인해 발생한 '경제 이민'을 생각해보자. 유렵에서는 현재 이민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거주 지역은 게토(인간 폐기물 쓰레기장)화가 되고 있다. 런던과 파리에서 목동이 반발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또 현대의 소비생활은 유동 상태의 근대에 부합하여 상품을 영속적으로 쓴는 것이 아니라 사서 쓰고 바로 버리는 '쓰레게의 문화'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은 쓰레기장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인가도 쓰이다 버려질 것이다."-179쪽 중


서양 근대 철학을 전공한 오카모토 유이치로는 이 처럼 사상가들이 저술한 책과 강의 등을 토대로 한 내용들을 집약해서 소개한다. 다른 많은 사상가들도 있지만 바우만을 비교해보면 그 높낮이가 어느 정도 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적당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 더 관심갖고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한다면 다소 무게감이 없어 보이는 문장들로 인해 힘이 빠질 수 있으나, 짧은 시간 전체적인 맥락을 짚는 데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개인적으로 6장 부분이 눈에 더 들어 온다. '이 사상가들을 보라'는 제목이 달린 장이다. 현대인으로서 현대인을 이해하는 것이 앞서야 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많이 들어 본 이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있따. 바이두나 아렌트가 그렇고 네그리, 키틀러, 버틀러 등은 낯설다. 인간론, 제국론, 미디어론 등으로 구분, 그들의 사상을 소개한다.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을 해명할 때 염두에 둔 것은 현대 세계에서의 '소외' 현상이다. 이 개념은 헤겔이나 마르크스에서 유래하고 있는데, 아렌트는 이를 '세계 소외'와 '지구 소외'로 표현했다. 아렌트에 따르면 '세계 소외'가 근대사회의 참모습이 되었다. 그 결과, 대중사회와 소비문화가 탄생하고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소외'에 주목한 아렌트의 현대 비판은 꽤나 신랄하다."-245쪽 중  


이렇게 이 책 찾아보기를 포함, 본문 299쪽에 걸쳐 저자는 사상가들이 살펴본 인간론에 대해서 설명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상가들의 얼굴 스케치와 설명을 돕는 그래픽 이미지는 텍스트의 단조로움을 달래준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메꾸는 역할을 한다. 


니체, 라캉, 자크 데리다, 울리히 벡 등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늦가을 밤을 통해 삶의 길을 다시 한 번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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