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
데이비드 밴 지음, 조연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 밴은 출판사 아르테를 통해 자신의 책을 꾸준히 소개한다. <자ㅣ살의 전설>, <고트 마운틴>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2015년 출간된 <아쿠쿠아리움>이 국내 독자들에게 새로 선을 보였다. 


한국에 왔을 때 저자 강연회에서 그를 본 적이 있다. 그가 쓴 책들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그는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어두운 삶의 성장과정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을 글쓰기를 통해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데이비드 밴은 이 번에 소개하는 장편소설 <아쿠아리움>에서는 아쿠아리움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가족의 모습을 조명해본다. 한없이 어둡고 깊은 그러나 그 속에서도 제 생명을 다해 살아가는 어류들을 통해 가족의 모습을 찾아보려 애를 쓴 느낌을 받았다. 그가 남긴 문장 속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발견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이 세상은 곧 하나의 바다였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좋았다. 매일 밤 잠이 들 때면 수천 피트 아래 저 밑바닥을 상상하곤 했다. 저 수압을 모두 견디며, 그러나 마치 쥐가오리처럼 미끄러지듯, 소리도 없이 한없이 가볍게 저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 위로 솟아올랐다가, 저 깊고 어두운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소용돌이를 그리며 새로운 고원 위로 솟아오르는 것이다. 나는 이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35쪽, 데이비드 밴의 <아쿠아리움> 중


"부모와 관련해서라면 불가능한 것은 없어. 부모는 신이나 마찬가지야. 우리를 만들고 또 우리를 파괴시키지. 세상을 그러모아서는 원하는 모양대로 다시 만들어버리는 거야. 그리고 나면 우리 영원히 그게 바로 세상의 전부인 줄 알게 되는 거야. 그것만이 유일한 세상이라고 말이야. 그 외에 달리 상상한다는 건 불가능해. "204쪽, 데이비드 밴의 <아쿠아리움> 중


 숲은 아직 아무것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은 도무지 깨어날 수 없는 꿈과 같았다. 나는 동화란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에라도 늑대와 우리를 유인하는 목소리들이 있는 숲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어둠의 세계를. 우리가 구체화시킨 모든 두려움들. 모든 양식과 형상들은 단지 숨어 있을 뿐. 늘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316쪽, <아쿠아리움> 중


기존 작품들과 다른 글쓰기는 인상적이 부분이다. 그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과 책 사이의 출판 기간이 차이가 있는데 그 사이에 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들이 무엇인지, 아니면 좀 더 깊은 바닥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그의 삶의 변화 때문인지 말이다. 


부모로서의 자격,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을 이 책을 통해서 도시에서의 숨 막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다. 우리는 무엇이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아쿠아리움>에서는 어류들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어 책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시도다. 물고기 이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모든 생명들이 주어진 삶을 헤쳐나가는 방식이 있듯,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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