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심연>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배철현 교수의 인간 마음 살펴보기다. 저자 배철현 교수는 이 책 심연을 4부로 구성하여, 각 소재별 하루 10분 정도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사람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본다. 


본문 읽다 보니 밑줄 긋고 싶은 내용들이 많다. 따라 옮겨 적어 놓은 텍스트들이 많다. 책 읽고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실 강한 요즘에 이 책은 쉬어 읽어라고 하는 듯 말을 건넨다. 인생의 쉼표가 필요하듯 책도 쉬어가며 읽어 무엇을 말하려는지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이 책 안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들, '침묵', '실패' 등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내용이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저자가 삶을 통해 얻어낸 영감을 글로 풀어 냈다.


4부 중 개인적으로는 2부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들에 대해서 관심이 더 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연습, 관찰'은 인상적인 소재다. 


"관찰이란 가시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 '안 보이는 것을 보는' 행위다.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뇌와 눈을 훈련해왔다. 하지만 그 대상의 배후에 있는 어떤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닌 관습과 편견의 시선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보기' 때문이다."-136쪽


사람이 살아가며 부딪히는 것들,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만한 일이 없다. 책 제목과 같은 본문, 심연의 내용은 이 책의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그곳, 그 안으로 들어가서 들여다봐야 한다. 각자의 심연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나올 때 보이지 않던 희망을 만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길가메시는 먼 길의 여정에서 그리고 죽음의 고통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생명의 힘을 얻었다. 죽음 속에서 삶을 발견하고, 고통 속에서 삶의 희열을 발굴했다. 그렇다면 내가 감행해야 하는 인생의 여정은 어디로 향해 있는가. 내가 추구해야 하는 나의 심연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157쪽


살아남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 되어버린 듯한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화나고 짜증 나는 순간, 우리는 그 긴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까. 난폭해지는 삶에 갇힌 우리는 좀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우리 마음을 꺼내놓아야 한다. 그게 살아가는 길이다. 


앞으로 나아가 갈 길이 막혔다면 돌아서 생각하자. 그건 내가 더 멀리 나아가는 길이다. 


"사유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정과 망치를 통해 어제까지 내가 알게 모르게 습득한 구태의연함을 쪼아버리는 작업이다.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나의 생각을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마술이다. 그러면 내가 만들어낼 조각품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내 손에 들려 있는 정을 부단히 움직이게 하는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122쪽


무심코 넘겨짚었던 단어들을 한자로 다시 풀어 생각을 깊게 만들고 신화 속 인물들을 데려와 생각의 길이를 넓혀 준다. <심연>의 저자 배철현 교수는 현재 2105년에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인문-과학-예술 혁신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건명원의 운영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혀 멈춘 사고를 키우려면, <심연>이 기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배철현 교수의 전작, <신의 위대한 질문>도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던진 질문이 무엇이며, 얼마나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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