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이 미즈마루 -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안자이 미즈마루 지음, 권남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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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의 좋은 대화는 좋은 에너지를 뿜는다. 서로의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포용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 만한 즐거움이 있을까. 융합이다, 컬래버레이션이다 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말이 좋아 융합이고 컬래버레이션이지 사실 어떻게 보면 그냥 '짬뽕'이다. 그게 요즘은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서로 힘을 합쳐하고, 혼자 하는 전시 대신 여럿이 함께 하는 전시는 힘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것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현시대의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이슈를 만들어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나 작품은 사실 그의 유명세에 어긋나게 접해보지 못 했다. 그러나 간간이 에세이를 통해 만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은 인상적이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말이다. 때로는 엉뚱하고 진지하며 유머도 있다. 이런 복합적인 사람이라니? 게다가 마라톤은 또 어떤가. 풀코스까지 뛰지 않나. 


뭐야 이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 


그런데 더 궁금한 사람이 있다. 안자이 미즈마루.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책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안자이 미즈마루의 것으로 넣었다는 것이다. 왜 그는 안자이 미즈마루를 택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신기한 인연

"무라카미 씨와의 만남은 운명처럼 느껴집니다. 처음에 만났을 땐, 몹시 자연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이따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렸더라면 무라카미 씨이 글이 어떻게 표현됐을까 생각할 때가 있는데요(관계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인연입니다."-본문 117쪽 중


2014년 3월에 세상을 떠난 안자이 미즈마루, <안자이 미즈마루>는 안자이 미즈마루 무라카미 하루키, 이 두 사람과의 인연을 비롯, 안자이 미즈마루가 펼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소개한다. 그가 죽고 난 후 곳곳에 퍼져 있는 그의 작업들과 작품, 화보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대화이다. 그를 추모하는 다른 많은 후배 작가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진지함보다는 대충 하는 것이 더 진짜라고 외친 사람이다. 힘이 들어간 것보다는 힘을 뺀 삶이 더 자유로운 것 아닌가. 단 마음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함정. 이 책의 부제가 그것 아닌가.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배열되었는지 책 편집 디자인 전후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술맛 당기게 하는 안주처럼 맛난다. 물론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무엇이 되겠다고 애를 쓰며 기를 쓰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며 사는 삶을 산 것이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삶과 그의 작품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는 여름 오후. 진짜 삶이라는 것은, 진짜 작품이라는 것은 누구의 것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 누구의 삶을 대신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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