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 평범한 나날을 깨워줄 64가지 천재들의 몽상
김옥 글.그림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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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잘 살고 있다 해도 누군가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와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지만 영화 같은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반대로 그 좋은 일도 있다. 영화는 사람의 감정을 변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흐르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또 어떤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불행한 삶 가운데서 예술혼을 불태웠기에 오늘날 우리는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통해서 삶의 기쁨을 느끼고 한없는 슬픔에 빠져들기도 한다. 


일을 하면서 빼놓고 하는 일들 가운데 하나가 책을 읽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이다. 내 시간 속에서 빠져나와 타인의 생각과 공간을 들여다보면서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내 삶의 쉼표이기도 하다. 여행을 가고도 싶지만 현실적으로 싶지 않은 일. 그러나 저렴하게 간접 여행을 다니는 것이 바로 그러한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을 찾는 것이다. 


다만 나는 그러한 공간과 시청각의 자료를 마주하고 느낀 점들을 제대로 기록하고 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남길 수 있는 사람들이 때로 질투가 난다. 생각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유롭게 흐른다. 머물러서는 성장이 없다. 상대 안으로 들어가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작품 속으로 깊이 있게 빠져들어야 내가 새로운 것들을 밀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단지 보는 것 말고는 다른 게 없다. 김옥은 그런 면에서 나름대로 자신이 보고 관찰한 것들을 그녀 일상과 잘 접목해서 기록했다. 


이 책에서 김옥이 소개하는 한 편의 영화, 한 권의 책은 때로는 불편한 내용들이기도 하다.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 책에는 그래서 저자의 관심, 독특한 시선과 선택이 들어 있다. 알듯 모를 듯하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게 한다. 때로는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연약한 듯 무너지는 문장들이다. 


"가끔 어디까지가 타인에 대한 친절이고 어디까지가 참연인지 모호해질 때가 있다.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배려 없는 친절은 상대방에게는 모멸일 수 있다. 평생을 풍요롭게 자라온 사람이 곤궁하게 자라온 사람의 처지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란 참 어렵다. 오직 인격적인 존중만이 간극을 메울 유일한 가능성인지도 모르겠다."-본문 125쪽 중


일러스트 작가로서 활동 중인 김옥은 이 책에서 자신의 색깔대로 일러스트를 담았다. 쉽게 어울릴 듯하면서도 혼자 있기를 좋아할 듯한 분위기다. 바로 보지 못한 고개 돌린 시선의 작가 프로필이 그런 인상을 풍긴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작가가 이 책에서는 소개하는 영화, 몇 편의 영화인지는 세 보지는 않았다. 다만, 이 책 부제가 일러주도 '평범함 나날을 깨워 줄 64가지 천재들의 몽상'에서 알 수 있듯 그 수를 짐작해 볼 수 있지 않겠나. <블라인드>, <임프린트>, <라붐> 등을 비롯한 영화들을 통해 우리가 관계하고 있는 사람과 사이의 소통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라 본다. 어디 가서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속죄의 미덕은 뭘까?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대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누구나 실수와 오해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 기억과 바꾸고 싶은 아픈 과거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쉬이 덜어지지 않는 마음의 짐과는 별개로,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거듭나려는 용기만이 지금의 우릴 온전히 살도록 이끌어주지 않을까?"-본문 89쪽 중


위 글, 지나온 발자국,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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