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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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지만 작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김훈 작가님의 문장 스타일이 떠올랐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그렇다. 스타일이 '여자 김훈'같다. 

"나는 왜 글을 쓸까. 존재의 신비를 탐구하기 위해서다. 나 자신을 견뎌내기 위해서다. 내 밖에 있는 모든 것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75쪽

다른 책은 제대로 읽어보지 못 했다. 우연히 접한 이 책에서 그녀가 이탈리아 속으로 들어가고자 그렇게 갈망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가를 알면서 사람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익숙한 문장들은 작가에게 분 아니라 읽는 독자에게도 습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평생 나는 태생의 공허에서 멀어지려 했다. 그 공허는 날 당황시켰고, 난 거기에서부터 도망갔다. 그 때문에 나 자신에 만족하지 못했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 방법인 듯했다. 글을 쓰면서 난 등장인물들 안에 날 숨기고 내게서 도피할 방법을 찾아냈다. 날 계속 변화시키는 방법을."-135쪽.

낯섦을 통해서 새롭게 다 가고자 하는 1967년 생의 줌파 라히리의 이 책은 이탈리아어가 그녀에게 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예찬이며 투정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쓰는 언어와 자기가 살아오면서 익숙하게 사용한 영어, 그리고 이탈리아어를 통해 늘 자신을 불완전한 상태로 몰아넣고 그 속에서 빠져나오고자 하는 몸부림, 작가의 새로운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열정을 느낀다. 

"나는 모은 단어 모두와 연대감을 느낀다. 책임감과 함께 애정을 느낀다. 단어가 기억나지 않을 땐 내가 혹시 그 단어를 떨어뜨린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46쪽

익숙한 삶의 편안함을 벗어나서 변신을 꾀하는 고통의 과정이 그녀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이 책 속에는 이탈리아어로 쓴 그녀의 단편, '변화'도 들어 있다. 비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문장,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자신의 삶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외부에 언제나 있다고 생각한다."-42쪽

불안을 작가로서의 글쓰기 삶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줌파 라히리. 그녀는 이 책 시작에서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게 된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고 끝으로 넘어가며 결국 자신이 이룩해 놓은 그 여정을 돌아봤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고 힘든 일이었지만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내가 이탈리아어로 쓴 문장은 모두 내가 만들어 건너야 할 작은 다리다. 계속 설명할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난 망설이며 다리를 만든다. 다리가 그렇듯 모든 문장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 데려간다. 낯설지만 멋진 여정이다. 새로운 흐름이다. 이제 나는 거의 익숙해졌다."-85쪽.

줌파 라히리의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이 책은 내가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다른 이들에게도 소개해보고 싶어지는 책 중 하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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