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고 묻지 않는 삶 -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떤 철학자의 영적 순례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인터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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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묻지 않는 삶이라고 모든 생각을 저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계획의 노예가 되지 말, 목표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사로잡히지 말고, 현재에 조금 더 충실하자는 뜻이다."-45쪽


알렉상드르 졸리앙의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은 앞에 그가 쓴 책에 비해 전해지는 메시지의 힘은 좀 약하다. 이미 앞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그의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에 그가 전해주고자 하는 말들이 담겨 있거나 이미 다른 책을 통해서 그의 삶과 생각들을 접했기에 다소 가볍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물음에 마음을 쓰면서 어렵게 살지 말고 오직 내려놓고 살라고 한다. 


"남의 환심을 사려는 욕망에 충실한 것은 노예근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이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는 이 허무의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적인 사랑에 다가가는 것이며, 그것을 내 주위로 전파하는 것이다. -40쪽


상대를 사랑하는 것,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 무엇에 충실해야 하는가. 


마음의 눈을 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 보는 눈을 가지라고 하는데, 그게 눈이 좋다고 해서 보이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 사람의 속 마음, 속사람을 들여다보는 눈을 갖는다는 것 말이다. 그것은 곧 내 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리라. 내 마음도 모르면서 상대 마음을 어찌 들여다볼 수 있겠는가.


소설가 이외수는 한 강연에서 4가지 눈을 강조했다. 육안, 뇌안, 심안 그리고 영안이다. 이 눈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어떤 눈을 뜨고 바라봐야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을까. 


알렉상드르 졸리앙은 한국 삶을 통해서 사람을 찾고, 또한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가를 깨달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내려놓음에 대해서 몰두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추구하고자 애를 쓴다.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위해 애쓰고 있는 건가.


선과 기독교를 오고 가며 그 수행의 폭을 넓히는 그는 양쪽으로부터 공격도 받지만 또한 공감도 이끌어 낸다. 그렇게 대립하고 싸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를 온전히 내던져 행동에 뛰어들려면 자신을 꽁하니 들여다보는 짓을 멈추어야 한다."-33쪽.


문제를 복잡하게 바라보지 말고 단순하게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에 가득한 분노, 시기, 질투 오만 것들을 다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려면 내가 먼저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수행자의 삶을 따라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 치열한 삶의 전쟁터에서 말이다. 그래도 날 선 대립보다는 공감의 눈을 갖고 살아가려 애쓴다면 좀 더 나은 삶이 되지 않겠는가. 나에게나 그리고 내 이웃들에게나. 


'혜천'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1975년 생의 철학 일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저자가 3년간 한국의 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남긴 에세이다. 새해 시작하는 지금, 뭐라고 되어야지 하는 생각에 조바심은 더욱 강해지는 데 이 책은 좀 더 자유로워지라고 하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지만 마음을 그렇게 달래본다. 억지로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안되면 될 때까지, 되게 하라는 해병대 정신에는 '위배'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쁜 버릇을 버리고 좋은 습성을 길러 자기 회복의 원동력을 불러오도록 새롭게 분발해야 한다."-78쪽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한 외국인 철학자의 수행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지점에 와 있으며 무엇이 고장 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만 '모든 것이 허무하고 덧없는 동시에 그 자체로 완벽하고 경이롭다'고 말하는 그의 그의 생각을 다 받아들이기는 아직 내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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