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과서 퇴계 - 사람 된 도리를 밝히는 삶을 살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5
김기현.이치억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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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영수증이 도착을 할 때쯤이면, 마음이 조린다. 얼마나 썼을까. 카드대금을 갚아야 할 결제일이 도래하면 그것을 은행에 넣고 아쉬워한다. 사지 않아도 될 것을 샀고,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썼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다시 한 달에는 같은 일을 반복한다. 나는 현대 도시의 다람쥐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들은 오늘도 이런 '도시의 다람쥐'들에게 끊임없이 도토리를 물리고 끝이 없을 듯한 바퀴에 올라타라고 욕망을 부채질한다. 무엇을 입어야 멋지고, 무엇을 먹어야 몸매를 관리할 수 있으며, 무엇을 발라야 더 예뻐지고 남자친구가 생기고,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유혹한다.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이가 누구인가. 


많은 문제들 가운데 인간 삶이 놓여 있다. 그러나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답도 또한 그 속에 있다. 문제가 답이 결코 다른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미디어들이 오늘도 우리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뉴스로 쏟아내고 있다.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다. 어떻게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앞에서 이야기한 바대로 나는 그 복잡함을 벗어나는 길 또한 내가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답은 우리 시대의 지난 삶 속에 들어 있다는 생각을 이 책, 인생 교과서 퇴계를 읽으며 새롭게 느꼈다.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었던, 우리 삶을 관통해 온 사상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읽었다. 


허전함과 외로움, 결핍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산다. 나 역시 다른 존재가 아니다. 그러한 마음의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벗어나고자 소비하고 그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애쓰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나 역시 다른 존재가 아니다. 이렇게 돌고 도는 삶을 어떻게 막아볼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것을 끊을 수 있는, 최소한 줄여나갈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일반적인 의미에서 불행의 원인은 결핍에 있다. 그러나 퇴계에서는 결핍이 불행의 원인이 되지 않았다. 퇴계는 어떠한 결핍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 받아들였다. 가난은 불행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공자는 "군자는 원래 곤궁한 사람"이라고 했다. 재산이 넉넉지 않아 자식을 처가살이시키면서도 퇴계는 그 재산이 적은 것을 한탄하지 않았다. 건강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불행한 일은 아니었다.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하지 못한 대로 몸을 요양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재산이 적으면 적은 대로 분수에 맞게 살면 그만인 것이다. 그 외부적 조건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65페이지, '인생 교과서 퇴계" 중에서


'인생 교과서, 퇴계'를 읽으며, 쓰기 위해서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우리 몸을 혹사시키고 살고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고 몰두해야 할, 우리 삶에서 최선을 다해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것은 '마음'이다. 불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완전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삶의 과정에 있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그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바로 마음공부일 것이다. 


퇴계는 그러한 인간 마음을 잡는 일에 삶을 집중했다.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나, 사물을 대하는 거에 있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이리라. 그리고 그가 그렇게 배우고 터득한 것들은 지금까지 남아 우리 삶에 일깨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들은 인간 탐욕이 불러 낸 것들이다. 좋은 욕심도 있지만, 버려야 할 욕심이 있다. 내 마음속에는 어떤 욕심이 들어있는 걸까. 퇴계는 가난을 좋은 것이라고만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지나침은 없었다. 


정도를 걷는 것, 바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생각하는 것, 예절과 기본을 지키고 윤리와 도덕에 어긋남이 없는 삶을 산 그를 통해서 우리가 지금의 삶을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예의란 바로 그러한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얻기 위해 꾸며낸 각종 행위규범이다. 퇴계는 예의 이와 같은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확하게 짚어낸다. "예의를 한 번 잃으면 야만인이 되고, 두 번 잃으면 짐승이 됩니다." 즉 사람은 예의의 세계에 들어와야 만 '야만인'과 '짐승'의 수준을 벗어나 비로소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무례한 자는 '(사람이) 못된 놈'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187페이지, '인생 교과서 퇴계' 중에서


'인간의 품격'을 찾아라


인생 교과서, 퇴계는 김기현과 이치억 두 사람이 함께  쓴 책이다.  이 책은 21세기북스가 19권의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를 기획 출판하면서 다섯 번째로 선을 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삶과 죽음, 2부에서는 나와 우리, 3부에서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4부에서는 철학과 사상에 대해서 다룬다. 두 저자가 같은 질문에 대해서 각각의 생각을 나누고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은 건강한지를.


그리고 그러한 질문을 통해서 이 책을 읽어가며 가정의 문제, 부부의 문제, 자녀와의 문제를 비롯,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리라 본다. 또한 물질과 마음을 비롯 세상을 배우는 길 등에 대해서도 각자가 읽는 것만큼 그 답도 물어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삶과 죽음, 꼭 물어야 할 인생 질문이면서도 우리가 회피했던 질문들이 아닌가 싶다. 최근 우리 사회도 노년 인구가 증가하면서 삶의 태도만큼 죽음을 대하는 자세 또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결국 같은 질문이며 답인지 모르겠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 아니겠는가. 잘 죽기 위해서는 또 잘 살아야 한다. 잘 사는 길,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받아들이는 것은, 내 삶을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상대를 대하는 것에 있어서 예의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그것이지만 또한 가르쳐야 할 것도 그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몸과 마음이다. 이것을 알아야 내 이웃을 알고 내가 살아가는 지구, 우주를 알 수 있으며 만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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