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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그냥 사람들이 왜 이 책을 읽는지 싶어 따라 읽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래서 착하게 살라는 건지, 아니면 남 의식하지 말고 자기 몸에 충실하며 살라고 하는 것인지 확 오지 않았다. 잠시 묵혀 두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며, 조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미가 잡혔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도 확실히 잡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금 이 느낌, 이 순간의 감정이 어떠한 가를 털어놓고 저자가 정의한 인간이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싶다.

사진: http://www.lepoint.fr/
이 책은 2002년에 원서로 출간되었다. 알렉상드로 졸리엥(alexandre jollien), 1975년 생의 저자는 뇌성마비를 겪고 있으며 3살부터 17살까지 시설에서 지냈다. 그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눈이 어떠한 가를 살펴보고 인간 몸에 대한 공부,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돌아보고 타인들의 시선과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최근에 저자의 책이 한 권 더 번역 출간되었다.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이다. 아직 이 책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대략 같은 선상에 놓인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 깊이나 생각이 더 달라졌을 테고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과 같은 것들이 더 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생활에 대한 감정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직업, 이 제목의 부제는 고통에 대한 숙고이다. 처음 읽을 때 이 부제를 그냥 스쳐 읽었다. 다시 읽으며 우리가 받는 고통이라는 것,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나에 따라서 삶의 시간이 달라지고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타인으로부터 전해오는 무거운 시선을 느끼면서 그것들을 고통 없이 받아들이는 일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어렵게 쓰인 문장이 아니다. 철학자들이 쏟아낸 다양한 인간에 대한 정의가 있지만 알렉상드르 졸리엥 바로 자신이 느낀 그것대로 인간의 몸, 자신의 몸을 통해서 인간 삶의 길을 돌아보고 있다는 점이 다른 것들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이 고통으로 느껴질 때 한없이 바닥에 떨어질 수 있지만 그것을 벗어날 때는 좀 더 다른 일을 누릴 수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기쁜 일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고통의 포로'가 되지 말라고 강조한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본보기도 해법도, 정답도, 사용법도 손에 넣을 수 없다. 각자 더듬더듬, 실패를 겪고 도 만회해가며, 폐허에 건물을 다시 지어가며, 그렇게 해나가는 것이다."-61쪽
그는 또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며 몸도 정신처럼 인간의 위대함에 공헌한다고 말을 한다.
그가 말하고 싶은 바 그 내용은 아마도 이 책 마지막 실린 내용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소제, '인간이라는 직업' 중에서 실린 내용, 내가 꼽고 싶은 문장이기도 하다. 저자도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알량한 인간이라는 직업, 나는 기쁘게 싸우면서, 내 취약함도 내 조건의 지독한 허술함도 결코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주시해야만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만들어내야 하고, 내 취약함으로 강해져서 투쟁의 원천이 될 힘을 모든 것을 동원해 찾아내야 한다. 분명 예감컨대 이 싸움은 내게 버거운 싸움이다. 그러나 내가 싸우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126쪽.
내 취약함, 내 부족함으로 인해 결코 타인의 시선, 나로부터 일어나는 고통에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담겨 있다. 무엇을 주저하며 살겠는가.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가장 망한 날은 웃지 않는 날이라고 한다. 기쁘게 살지 않는 것만큼 불행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새해에 다시 읽어보니 뭔가 몸속에서 잠자고 있던 의지를 앞으로 불러 세우는 것 같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삶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일과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그러니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삶과 부딪혀 볼 일이 아닐까.
"인격이 형성되는 독특한 출발점은 우리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것이다. 즉 자신이 취약하며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다시 인정하는 일이고, 불확실한 땅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며, 왜 싸우는지, 왜 기쁘게 싸우는지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42쪽.

자, 그럼 이제부터 '즐거운 전투'를 시작해보자. 내 몸에 대한 타인의 시선에서부터 자유로워진 알렉상드로 졸리엥, 인간이라는 것 그 공통점 하나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있다는 그의 말, '고통을 통한 앎', 타인과의 교류 등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몸, 그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잠시나마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해 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그리고 그는 말한다.
'심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워낙 모든 게 심각하니까. 비극적인 것, 임박한 죽음의 은밀한 자취를 품고 있는 매 순간, 그 매 순간을 사는 것이. 그 매 순간에 힘과 기쁨을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63쪽.
자,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