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잡문
안도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글은 내가 내 마음을 풀어내는 길이기도 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함을 갖게 하거나 때로는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을 제공해줘야 한다. 글은 그렇게 나의 글이지만 다른 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게 할 때 또 다른 가치를 얻는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그들 마음가짐에 변화를 갖거나 생각의 단초를 마련해준다면 그것으로 인한 나의 영향력이 미쳤음에 마음 뿌듯함을 갖는다. 이기적인 인간 같으니라고...


안도현의 잡문, 잡문이다. 시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트위터 140자 공간에 하루하루의 삶을 이야기했다. 사회를 향해, 때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향해 글을 던지고, 마음을 퍼트렸다. 그것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위안을 삼고, 이웃들과 혹은 동료들과 마음을 나눈 일상을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았다. 


글은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다. 무엇을 담고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느 정도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지난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올해까지 오면서도 봤을 때 마음 편한다 하는 느낌을 받아 본 일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인 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삶을 돌아 볼 여유 없이 일에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런 차원의 고민이 무슨 따위 필요하겠냐고 할 수도 있겠다. 


시를 쓰는 시인은 세상을 향해 작지만 때로는 강하게 글로 마음을 내놓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사람을 대하고, 세상을 대하여 하는지를 묻는다. 직접적인 질문은 물론 없다. 책이 주는 좋은 영향 중 하나는 그런 질문을 받고 읽는 이가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낙엽을 보며 배우는 것 한 가지. 일생 동안 나는 어떻게 물들어가야 하는 것. 떠날 때 보면 안다."(17쪽)


콘크리트 냄새 없는, 도시의 그 답답함은 어디로 빠져나가 있고, 자연 속 친구들, 바람과 나무와 숲과 공기의 풀숲의 그 냄새들이 함께 그의 시를 엮었다. 그러기에 보면 어디에서 머무느냐 하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모든 대상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닌가. 작은 생명체들도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에서 삶의 희망을 다시 다짐해보는 것이다. 


"꽃이 입이 없어서 말 못하는 줄 아나? 꽃은 향기로 말하지.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건 뭐지? 그건 말귀를 못 알아들었다는 뜻이지. 그런데 말을 들었는데도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뭐지? 그건 들키고 싶지 않아서야. 숨기고 싶은 게 많다는 뜻이지."(31쪽)


가을 햇살에 빛나는 이슬처럼 맑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무엇으로 나를 물들이며 살아가야 하나. 물들고 싶은 것이나 있기는 한지. 가벼운 것들을 가벼이 보지 않으며 세세히 들여다보고 달리 말할 줄 아는 방법을 배워보고 싶다. 그게 쉽게 되겠냐마는...


"바람이 나무를 한 번 두 번 쓰다듬을 때마다 가을 색이 깊어간다." 이건 좀 어떤가? 아직 좀 뭔가 갔다. 


친구도 그립고, 시골 그 초가집 마루도 생각난다. 꽉 막힌 삶에 열린 문이 필요하다 느껴질 때 '잡문'이 한 길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의 머리와 가슴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분명히 어두운데 왜 어두운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어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데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과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136쪽)


그의 시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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