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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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다 가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더 가깝게 느껴지고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한 영화를 보고 나서 다른 것을 봤는데 그것이 같은 감독의 영화였던 것이다. 두 영화도 좋았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관에서 본 것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다. 개봉 당시 많은 관객들이 입소문을 타고 보기 시작했다는 말에 이끌리기도 했지만 영화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기대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고도 이야기를 충분히 잘 끌어간다. 영화를 보며 배우들뿐만 아니라 영화 속 배경과 소품들도 관심을 갖는다. 그러한 물건들도 감독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연계고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내 출간된 걷는 듯 천천히는 2013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다. 2011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신문에 연재한 글을 중심으로 해서 엮은 책이다. 자신이 많든 영화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비평이 담겨 있다. 화제를 모은 영화 3편은 감독 자신이 갖고 있는 삶의 주제를 놓치지 않고 연결해 만들어낸 영화다. 


소개된 내용 중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영상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 그리고 그의 작업 방식이 영화를 찍을 때 자신의 의도보다는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태도와 이야기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건 아마 그가 영화감독 이전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삶의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특히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이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5장에서는 미디어의 틈새에서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미디어가 어떤 태도로 시민들을 향해야 하며 무엇을 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한다.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는 유목민이어야 한다. 그들의 가장 큰 역할은, 주민들이 사는 세상이 성숙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비평하는 것이다. 그것이 저널리즘이 서야 할 위치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166페이지, '걷는 듯 천천히' 중에서


보여주어야 할 것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미디어라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삶의 에피소드는 잔잔하다. 3.11 일본 지진으로 인한 그의 생각 등 영화와 삶을 중심으로 한 그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복잡한 날에 마음을 정돈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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