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화서 - 2002-2015 이성복 시론집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성복의 시론 3권이 동시에 선을 보였다. 그중 한 권이 무한화서이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그가 대학 강의를 통해 말해 온 시작법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시가 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 가득 담겼다. 번호로 매겨진 수많은 문장들은 시와 글쓰기, 그리고 삶과 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화제를 갖고 시 쓰기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드러내놓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생각을 뒤집는 이야기를 읽었다. 드러내놓는 것은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가 쉽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다. 시는 어렵다. 그대로 다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그러나 시 쓰기를 겁내지 말라고 한다. 


언어, 대상, 시, 시작과 삶으로 구성된 무한화서에서는 그렇게 시를 어떻게 써야 시가 될 수 있는가를 하나하나 짚어 본다. 예측 가능한 글이 되어서는 맛이 없다. 


"시는 고압의 전류에요.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으면 시가 아니에요. 시의 불꽃은 말과 말, 행과 행 사이에서 일어나요. 낮에는 볼품없던 네온사인에 반짝 불이 들어올 때처럼 쓰세요."-본문 39페이지 중에서


평범한 것들을 평범하게 말해서는 시가 될 수 없다. 평범한 것들을 깊게 들여다보고 비범하게 쓰는 것이 시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등의 시집을 내고 산문집 펴낸 바 있는 저자 이성복은 모처럼 새로 엮어 낸 이 책 시론에서 시를 쓰기 위해서는 평범한 것들을 오래 지켜보라고 말한다.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보다가 지하철 역사 내 스크린도어에 걸린 시를 보면 어떠한 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이 무명이라는 점도 있지만 강렬한 그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유명 시인들의 시가 모두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시는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해요. 시를 쓸 때는 일단 모르는 데서 시작하세요. 모르는 쪽으로 손을 벌리고, 모르는 쪽으로 기대야 해요. 진정한 시는 한 번도 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에요." -본문 100페이지 중에서


그간 '시는 이것'이라고 나름 생각했던 것들에 부합하는 것들이 없다. 내 기준, 내 생각이 모자랐음을 새삼 느낀다. 그렇다고 다 동의하기는 어렵다. 시는 결국 시를 쓰는 사람의 삶과 경험, 상상의 차이가 드러내는 결과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시도해보지 못한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 창작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성복의 시론, 무한화서는 좋은 글, 시 쓰기에 대한 고민과 창작욕구를 불태우고 있는 사람들의 길을 짚어볼 수 있는 책이 되어줄 것이다. 두고 두도 다시 되짚어 볼 말과 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