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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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끊임없이 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뜨문 뜨문 기록하는 자와 매일 매일의 삶을 기록하는 사람과는 지금 당장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지만 그것이 1년, 2년, 5년이 지나면 삶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매일 매일이 똑같은 삶, 지루한 삶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무시하거나 보지 않고 지나칠 뿐이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귀기울여 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고 발견할 수 있다. 게으름을 부러워 한다. 게으름은 남들이 빨리빨히 훓어보고 지나칠 때 세심하게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큰 삶의 요소가 될 수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게을러서 뭘 해먹고 살겠냐'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러나 게으름과 느림은 오히려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제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떤 현상일까. 도시를 탈출해 새로운 삶의 근거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형식과 관행의 삶을 벗어나려는 몸부림,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몸짓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회는 좀 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은, 지금 내 삶은 어떤 모습일까. 


김민철 카피라이터의 책, 모든 요일의 기록은 저자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이야기들이다. 카피라이터가 될 수 없는 자질을 갖고 있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것을 갖고 있는 저자가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그러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러지 않은 이유를 갖고 있었던 것, 남들이 알고 있기에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을 오히려 더 질문하고 생각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삶을 다르게 보는 눈을 키워주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삶은 여행이라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성향과는 다른 남자를 만나 새로운 삶의 무대 속에 올라 선 저자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라는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웅현과 한 팀으로 지내는 에피소드들도 인상적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는 한 팀이라는 메시지가 그렇다.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지내는가가 한 사람의 삶을 줄기를 다르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의 삶에 내 의무를 다하는 메시지도 마음에 다가온다. 

"그러니, 나의 의무는, 지금, 이곳이다. 내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하여 이 일상을 무화(무화)시켜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의무이다." -75페이지.


10년차 카피라이터의 삶이 만들어낸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향을 이렇게 한 권으로 정리, 세상에 내보이는 것, 사실 좀 부럽기도 하다. 돌아보면 한 길로 걸어온 듯 해도 이것저것 오물조몰 거리면서 산 갈팡질팡했던 삶의 시간들이다.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도 나고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도 내 자신임을 잊 말 일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치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 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86페이지.


여행, 책읽기, 배움, 사진 등 살아가며 우리가 몸으로 하는 일들에 대한 저자의 삶의 기록이다. 저자가 꺼내놓은 삶의 이야기로 오늘 하루 내 삶이 자극받는다. 저자의 삶이 정답은 아니지만 다른 삶의 모습을 들여다봄으로 해서 내 삶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희망도 챙겨본다. 희망이 현실이 되는 삶을 위하여.


아 한 가지, 더. 카피라이터로서 사실 글을 어떻게 쓰고, 카피를 만드는지 궁금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 책 뒤에가서 그런 문장이 하나 있다. 좋은 글, 좋은 카피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입으로 읽으면서 써라.'-268페이지


사실 이 문장에 앞서서 앞에 많은 이야기들이 저자가 지금까지 카피를 어떻게 써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달리 더 필요한 문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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