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장을 다 넘겼다. 그녀의 소망은 이루어졌을까, 잭은 졸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해주고 싶었던 남편의 새로운 아내를 찾아 줄 수 있을지 궁금해 그다음 그다음을 넘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4개월에서 6개월의 삶이 남았다는 선고를 받은 데이지, 나는 데이지의 독백과 작가가 데이지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삶의 태도를 생각해보니 삶의 간절함은 더욱 솟아오르고,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 내 가족들과 더 많은 대화, 더 많은 스킨십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물실 거렸다. 누구에게라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며 내가 돈으로 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있음에 그것을 놀리지 말고 더 써야 함을 가슴 깊이 느낀다. 


"하지만 그것을 돌려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이제 살 수 있는 날이 4개월이나 6개월이나 1년이라니 그 기간 동안 무얼 해야 할까?"-122페이지


데이지와 잭, 두 부부의 삶은 평화롭고 따뜻했었다.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고 두 사람의 성격차로 인한 다툼도 있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한 사람은 더욱 상대가 간절해지고 한 사람은 그 간절함 뒤에 더 애처로움으로 서로를 보듬으려고 했다. 


평화로운 삶에 찾아온 암질환. 그것으로 인하여 잭의 아내, 데이지는 새로운 리스트를 만들었다. 자신이 떠난 후에 남편을 돌봐줄 운명을 찾아주고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운명을 가까이 맞이하면서 더욱 끓어오르는 삶에 애착을 버릴 수 없었다. 다 놓아주고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일이지만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은 살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서재에서 복도로 흘러들어올 때, 그가 다른 여자랑 속삭이며 대화를 나눌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하나뿐이다. 이제 더 무엇을 잃으란 말인가?"-348페이지


작가, 콜린 오클리는 저널리스트로서 첫 번째 소설을 냈다. 작가의 글쓰기의 힘인 듯싶다. '비포 아이 고'에서는 작가는 사랑과 삶을 주변 인물을 통해 데이지가 겪고 있는 갈등을 적절하고도 섬세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다. 누구나 죽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삶이다. 그 삶과 죽음 사이에서 부딪히는 생존과 포기의 상황을 마주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데이지? 잭? 아니면 케일리? 


한글판 '비포 아이 고'는 400여 쪽이 넘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들을 중도에서 포기해야만 하는 데이지와 주인공과는 좀 가볍게 유쾌하게 사는 케일리를 통해서 삶의 측면을 또한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삶의 다양성 측면을 보게 하고 케일리가 그토록 미워하는 파멜라라는 여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또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등 우리가 살면서 오해하는 것들은 없는지, 미처 살펴보지 못하는 것은 없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글쓰기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 책들을 보면서 어떤 글이 잘 된 것들인가를 생각해봤는데 콜린 오클리의 이 책은 그러한 규범적인 내용에서 벗어남이 없어 보인다. 구체적이고 섬세하면서도 지루할 뻔한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풀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떠나보내고 싶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데이지 내면의 갈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탁월함은 암이 재발한 데이지를 통해서 암 환자의 상태나 심리적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문장 스타일이 있겠지만 콜린 오클리의 이러한 문장 스타일은 맘에 든다.


삶의 희망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정리 안되는 날이 있을까, 사랑이 아니라 싸움으로 일상이 채워지는 지루한 날에는 마지막 날의 그 간절한 햇살을 떠올려보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데이지가 독자에게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잭에게 남겨준 선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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