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는 몇 가지 인생을 사는 걸까. 살지도 않은 인생, 보지도 않은 인생을 머릿속에 그리며 현실과 상상을 오고 가는 그런 삶 말이다. 김영하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다. 다만 강연회를 한 번 다녀온 것과 그의 책 '보다'를 읽은 것이다. 많은 장편소설에는 작자 자신이 겪은 혹은 들은 이야기와 상상을 듬뿍 담았다. 해외로도 수출된 그의 책들, 어느 나라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 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작가가 그동안 진행한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그가 내놓은 말들을 글로 정리한 것이 이 번 책, '말하다'이다.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갖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 남의 영향을 받고 살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갖추는 것이다. 소설이나 수필 등 다양한 문학작품은 그러한 사고를 형성하도록 돕는 도구이기도 하다. 


"견고한 내면을 가진 개인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때,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다양해질 겁니다. 엄친아나 엄친딸 같은 말도 의미를 잃을 것입니다. 자기만의 감각과 경험으로 충만한 개인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그것도 인정하게 됩니다. 요즘과 같은 저성장의 시대에는 모두가 힘을 합쳐 한길로 나아가는 것보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개인들이 나름대로 최대한의 기쁨과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것, 그런 개인들이 작은 네트워크를 많이 건설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35페이지 중에서


여러 해에 걸친 인터뷰이기에 시간대별 생각의 변화나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작품 속에 담고자 하는 생각들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남과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은 취향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자기만의 독자적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시대 생존의 비법이다. 글쓰기는 이러한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무기이다. '세상의 폭력에 맞설 내적인 힘을 기르게 되고 자신의 내면도 직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평가라는 잣대를 들고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이 책에는 작가의 일과 작가로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펼쳐져 있다. 읽고, 말하고, 듣는 일, 쓰는 일 등 사람이 신체적으로 할 수 있는 오감의 일에 대해서 작가가 구축해온 글의 세계와 생각들이 묻고 답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놓여졌다. 


그래서 저는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121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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