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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목소리는 다양해야 한다. 글도 그렇다. 생각은 더 그렇다. 말과 글과 행동은 다양해야 한다. 각각의 주장이 있어야 어떤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있고 해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언론이 막히고 토론이 없는 사회는 발전은 없고 미래는 더더욱 불투명하다.
오늘의 사회는 어떠한가. 좋아진 세상이라고 하지만 무엇이 좋아지고 이전과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겉으로는 달라졌지만 속으로 더 견고해진 것들은 없는가. 넘어설 수 없는 혹은 파고들어갈 수 없는 벽 같은 것들 말이다. 무너트릴 수 없는 공간 같은 것 말이다.' 어디에다 이야기하냐','벽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와 같은 말들을 들어보지 않았었나?
이 책은 제목을 보고 사실 혹해서 샀다. 도대체 남자들이 뭘 여자들에게 가르쳐든다는 건지 궁금했다. 내가 뭘 가르쳤다는 건지 말이다. 리베카 솔닛이라는 저자도 낯설지만 mansplain이라는 말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강박증 같은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냥 만든 말은 아닌 것 같고, 뭐지 하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렇군, 그런 책이구나. 남성 중심 사회구조가 이어져온 상황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 들여다보지 못 했다. 100여 년 정도 전과 지금의 사회는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는가. 고착화된 성 역할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다. 달라지고 있음은 긍정적인 변화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이루어가야 한다. 그러한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각각의 위치에서 다들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여성 사회의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은 얼마나 착실하게 이루어졌는가.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싶지 않기에 그 벽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고 높아만 가고 있는 현실이다. 개방과 공유의 정신으로 만들어진 인터넷은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어주었다. 다양한 글과 미디어는 세상을 바라보고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여자들은 지금도 그들을 사라지게 하려는 세력들과 싸우는 셈이다. 여자의 이야기를 자기가 대신 말하려는 세력들과, 여자를 이야기와 족보와 인권헌장과 법률에 기록하지 않으려는 세력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 -112페이지 중에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리베카 솔닛에 강간, 살인, 가정폭력, 여성 인권침해, 여성 참여 제한 등등 전 세계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고 왜 그러한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를 기록한 칼럼을 묶은 책이다. 시간대 순이 각각 차이가 나지만 그의 주장은 변함이 없다.
남자들의 문제라거나 여자들의 문제라고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폭력적인 상황들을 살펴보는 이 책에서 저자가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급진적인 주장일까-다소 내 생각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들-아니면 당연한 권리인 건가 하는 심적 의문(?)이 들면서도 내가 아닌 다른 세상의 이야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