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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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마치고

어린 섬들을 안고 어둑하게 돌아 앉았습니다.

어둠이 하나씩 젖을 물립니다.


김사인의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통영' 중 일부


이런 문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1956년생으로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김사인 시인의 시집에서 우리 가정, 우리 사회의 낡은 모습을 보고 떨쳐내고 싶은 삶의 애환을 만난다. 시를 읽는 일은 나에게 탐욕으로 물든 혹은 물들어가고 그 속으로 돌진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속에서 생수 한 잔, 맑은 물줄기다. 시인에게 시는 삶이고 고통이고 과거이며 또한 미래일 것이다. 문장 하나하나 허투루 이루어지는 것이 있을까. 그러지 않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나도 잘 모른단다.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왔는지, 저건 무언지

나도 실은 모른단다.

무서워서

입을 닫고 있단다.

내가 누군지도 사실은 모른다고

고백해버릴 것만 같네.

참아온 울음이 터질 것 같네.


김사인의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이게 뭐야?' 중 일부


사람에 대한 애정을 표하고 그리움을 문장 한 줄로 절제하며 쓴 시를 통해서 무겁고 질질 끌려가는 내 삶을 돌아본다. 발랄함도 있고 속 시원하게 쏟아내는 말도 있다. 그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관찰,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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