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정희재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평점 :
누군가에게 연필을 한 자루 건넸는데 다음에 만났을 때 훌쩍 길이가 줄어들어 있으면 친밀감이 뭉클 솟아난다. 연필을 쥐고 종이를 응시하는 시간. 잠깐이나마 속을 풀어내고 다듬는 시간을 각자 다른 공간에서 나눈 것 같은 느낌이랄까. 설령 끝없는 숫자와 기호를 채워 넣고, 낙서를 하느라 연필이 닳았다고 해도 괜찮다.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 끝에 피로해지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194페이지,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중에서
사람을 가깝게 만드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상대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전해주는 일일 것이다. 선물일수도 있고, 때로는 이야기거리도 될 수 있다. 살아 온 이야기 말이다.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만들수도 있고, 적절한 스킨십도 그렇고. 뭐 그 이상은....
작가의 이야기는 연필이다. 자신이 소장한 연필 한 자루를 전해주고 다시 만났을 때 그 연필의 길이가 짧아져 있을 때 친밀감을 느낀다고 한다. 각자의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 그것은 친밀감의 시작이리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나에 대한 생각들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도구, 연필에 대한 작가의 감성이 담긴 책이다. 나에게 연필은 시험볼 때 찍기 위한 도구와 책상에 선을 긋고 연필을 밀어내어 연필 따먹기를 하던 기억들로 남아있기도 하다. 4각, 5각, 6각...그리고 원형의 연필.... 또 하나 더 추가하면 반에서 키도 크고 예쁘게 생긴 친구가 늘 반 아이들의 연필을 도맡아 깍아 주던 기억도 남았다.
연필이 주는 감성은 그 소리에 잊지 않겠나. 종이를 걷는 연필의 소리 말이다. 숨소리처럼...무생물이지만 마치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온기가 전해져 굴러가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