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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책이 작지만 결코 저자의 책장은 작지 않다. 책이 작지만 결코 그의 생각이 작은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작지만 좁지 않다. 그의 생각은 세상 가운데 있다.
'고양이의 서재'는 표지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 속의 물고기를 보고 어찌할 줄 모르는 고양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저자의 책에 고양이 일러스트를 앉혀 소개한 고양이의 서재에는 서재에 얽힌 일화와 공부하는 과정에서 접한 수많은 책과 그 책을 소개해준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개한다.
저자의 독서활동은 '평민'이 결코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아우라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소개와 요약은 쉽게 하지만 그와 관련한 책들을 관통하며 자신의 생각과 접목하여 평을 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나는 어느 지점에 있는 건가. 갈 길이 멀다.
책벌레라 일컬어지는 저자가 독서와 서평 활동을 통해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다는 말에 시기 질투가 난다.
일을 하나 마치거나 좋지 않은 일이 마음속에 가득했을 때 서점으로 가서 책을 하나 집어 들면 마음이 풀린다. 그렇게 나를 만들어왔기에 그러한 정화의 시간을 책과 서점 안에서 찾는다. 쇼핑중독인가 아니면 책에 대한 사랑인가. 그도 아니면 그냥 책에 대한 탐욕인가.
"책에 대한 탐욕이 늘자 수많은 좋은 책을 점점 더 챙기지 못하게 되었다. 책상 위에 봐야 할 책이 한 무더기 쌓인다."-본문 95페이지
그러한 일들로 쌓이는 새 책 때문에 밀려난 책들을 잊지 않기 위해 책등이 보이도록 바닥에 깔아놓지만 순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시기, 질투가 나는 일이지만, 일하면서 논문 쓰고 글을 쓰고, 서평을 쓰는 이 저자의 삶을 통해 수많은 책들을 다시 만나고 새로운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자. 이런 책을 읽어가며 새로운 주제들을 발견한다는 저자의 생활방식은 한 번 따라 살아가볼 만한 일이다. 그를 위에 언제나 어디든 메모하고 기록하는 일이 필요하겠다.
"그때는 쓰고자 하는 주제를 죽 늘어놓고 책을 읽으면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문헌이나 사료를 발견하면 그걸 관련 주제 아래에 적어 두었다. 혹은 책을 읽으며 발견한 재미있는 주제도 그런 식으로 기록했다. 이 버릇은 여전하다. 언제나 무언가를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으면 그것과 연관된 것을 발견할 때 의식적으로 관련된 것들을 모으게 된다. -본문 109페이지
옛것을 좋아하고 문과와 이과를 넘나들고, 성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자신의 관심을 드러낸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고양이의 서재는 죽어 있는 책들을 다시 살아나도록 마음의 의지를 강렬하게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