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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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바로 소비자와 거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을 댓가로 돈을 받아 그 돈으로 생활한다. 그렇게 해서 그 속에 속한 사람으로 살아왔다. 생산설비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보다는 편하게 자신의 인적노동을 제공하는데 머물렀다.


이제 상황은 다르게 흐르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거다. 생산설비를 갖춘 사람들이 늘어나며 협동조합 형식으로 함께 일을 만들고 원하는 것들을 해 나간다. 물건을 만들고 음식을 제공하며, 그것을 통해 돈을 벌고 살아 있는 삶을 살아간다. 많이 돌아왔다. 누구나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먼다. 동네 빵집이나 음식점들이 개성있는 메뉴를 만들어 자리를 잡고 이름을 알려가지만 높은 임대료로 버티지를 못한다. 좀 잘되는가 싶으면 그 자리를 뺏긴다. 지켜낼 수 있는 여력이 되지 못한다. 거대자본이 다시 그 자리를 메꾸고 다른 지역으로 밀려간다.


돈따라가 가는 삶이 아니라 사람 따라 가는 삶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일까. 한 노동자가 자신의 삶을 바꾸고 함꼐 일하는 삶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부패로 얼룩진 오늘 우리 사회에 빵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진정한 가치를 살려 자신들의 노동을 건강하게 대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삶을 보여준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던 시대를 벗어던지고 진정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자각 끝에 그가 얻은 가게는 이제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찾게 해주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한다.


거꾸로 말하면 자신의 노동력을 뗴어 팔기 싫다면 자기 소유의 생산 수단을 가지면 된다. 그 점을 깨달은 나는 제빵 기술을 익혀 내 가게를 열고, 생산수단인 믹서와 오븐 등의 기계를 갖추었다.”-52페이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책에서는 빵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특히 빵을 만드는 균의 역할과 그 균을 만들기 위한 과정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책에 소개된다. 더불어 자본과 노동 시장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이론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노동시장의 이해를 돕는다.


중요한 것은 악순환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고리를 끊는 것, 그런 용기가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그것을 해냈다고 자부하는 빵집, ‘다루마리의 이야기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짚어보자.


자연계에서는 균의 활약을 통해 모든 물질이 흙으로 돌아가고, 살아 있는 온갖 것들의 균형은 이 순환속에서 유지된다. 가끔 환경이 변해 균형을 잃을 때도 순환은 자기회복력을 작동시켜 균형 잡힌 상태를 되찾게 한다. ”-85페이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무엇이든 생산성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계화되고 시스템화되는 오늘 세상에서 사람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맛있는 음식은 중요하다. 제대로 된 순환은 질서이며 모두가 함꼐 즐거울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이러한 순환을 찾아 가는 삶을 실천한다. 그들의 실험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잘못 돌아가는 곳이 있다면 제대로 돌려 놓으면 된다. 그러나 그동안 그러한 체계 속에서 이익을 본 사람들은 그 전으로 돌아가길 거부한다. 그러한 삶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거짓과 위선으로 타인의 삶에 피해를 준다. 자연은 그렇지 않다. 제 역할을 한다. 빵은 자연이다.


사람들의 사정은 균과는 무관하다. 사람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작물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많이 키우기 위해 비료를 투하하면 겉으로 보이는 수확량은 늘어도 작물의 생명력은 떨어진다. 균은 그런 인간의 어리석은 행위를 놓치지 않는다. 그런 작물은 부패시켜서 자연으로 돌려놓으려 한다.”-138페이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자연의 삶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은 쉬운 길은 아니다. 덜 먹고 덜 벌면 덜 쓰면 된다. 그것이 순환이다. 그러나 거기에 욕심이 끼고 거짓이 올라타면서 삶은 부패한다.


시골로 가 빵 가게를 연 사연,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족이야기 등이 어울러져 마음 편한해지는 그런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직접 살아보지 않아 그 어려움도 있음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하는 소리겠지만.


마지막으로 문장 하나 더 옮기면, 아마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중심 문장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상품을 정성껏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다.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만든 상품이라도 무의미하다.그러기 위해서는 빵에 포함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부당하게 부풀리지도 깍아내리지도 않으면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정중하고 공손하게 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196페이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정당하게 만들고 정당하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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