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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수많은 소통채널이 있지만 이건 소통이 아니다. 일방적인 의사전달의 표현일 뿐이다. 자신은 접속해 있지만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면 그건 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소통은 더욱 아니다.
쌍방형의 채널이라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쏟아낸다. 폭력적이기도 하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접속을 차단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고 그 속에서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외롭지 않기 위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접속하지만 더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접속하고 있지만 소통하고 있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단속사회는 과잉접속사회를 진단한다. 말을 걸지만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진지하지 않다.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만 상대나 혹은 다른 사람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방관자적 태로를 취한다. 찍히거나 혹은 또다른 피해를 입지 않으려 멀리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나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항하고 두들려야 깨칠 수 있는 것이지만 결코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이미 그 체제에 순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씨스템에 적용된 인간 사회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어떤 얼굴을 하고 살아야 할까.
사람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의미있는 존재가 아니다. 단절된 사회는 성장을 이룰 수 없다. 물리적인 성장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함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를 망치려 드는 것들에 대해서 맞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유령일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들어주는 것이다. 경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이야기는 하려 애쓰면서도. 들어주는 일이 불편한 것이 되었다.
“경청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자기도 모르던 자기의 삶, 즉 자기 삶에 내재되어 있는 타자성이다. 그 타자성을 깨달음으로써, 나와 너는 그 타자성을 공유한 사람으로서 공통의 운명이 된다. ”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가야할 이유가 있다. 우리의 창조적인 삶을 망치려드는 괴물에 맞서야 할 이유, 단속사회는 그 이유를 찾아 떠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