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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평점 :
아버지에 대해서 나 자신이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늘 느끼며 산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도 있지만 묻지도 못한다. 가끔 나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범하지만 내세울 것 없지만 자랑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세대를 살아오시고 한 세대를 잇게 해주신 분이기에 그렇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한 분의 삶의 이야기이지만 한 나라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 알아야 할 이야기이다. 어디로 흘러갈지 갈 길도 모르지만 시절의 흐름에 몸은 엉망이 되고 마음은 두더지가 나오는 환상을 바라보고 우울증을 겪으며 끝내 그 긴 여정을 마쳤다. 아들이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버지가 남긴 글과 말을 다시 쓰고 그림을 그려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데 어느 부분이 그러했기에 그런가 싶었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생각, 시대의 사고와 한 사람의 삶의 여정을 살펴보는 일을 방해하지는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시대 속에서 시대에 따라 자신의 살 길만 찾아 비겁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직 한 가지만을 지키기 위해 올바르게 산 사람들은 고통과 가난 속에서 사라졌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고통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겼던 사람들을 떠올려봤다. 힘든 일이 닥쳐 도움을 요청하는 이에게도 자신의 피해를 염려하며 부탁을 거절한 사람들도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서도 별 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을 찾아가는 여행길이다. 여행길에서 우리 삶에 덕지 덕지 붙어 있는 오만과 탐욕을 돌아보게 하고, 정작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공간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그는 그가 지켜왔던 신념을 묻었다. 그리고 그는 그가 그렸던 세상과는 다른 삶 속으로 던져지며 고통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을 지우며 살려했지만 그에게 그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 혼돈 속에서 자신을 잃었다.
“한 달 간 아무 목적 없이 마르세유를 배회했다. ...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 과거가 나를 슬프게 했다면 미래는 걱정을 안겨 주었다.”